[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이 동네 25년 살았는데 예전엔 공원 가려면 꽤 멀리 갔어요. 지금은 수돗물 배수지 위에 이렇게 좋은 공원이 생기니 제가 SNS에 직접 홍보도 하고 그럽니다.”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와 성동구에 걸쳐 위치한 대현산배수지공원에서 만난 박재남(52) 씨는 공원 곳곳을 직접 찍어 SNS에 올린 동영상을 보여줬습니다.
강아지 산책 목적으로 하루 한 번 공원을 찾는다는 박 씨가 금호동에 처음 이사왔을 때만 해도 이 일대는 경사가 심하고 빌라만 많은 ‘산동네’나 다름없었습니다.
세월이 지나며 커다란 아파트가 자리잡았고 동네 풍경도 많이 바뀌었지만, 박 씨는 집 가까이 널찍한 공원이 생긴 점을 가장 첫 손에 꼽았습니다.
박 씨는 “공원이나 숲이 많아지니 남녀노소 다 좋아해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됐다”며 “워낙 서울이란 도시가 인구 대비 면적이 좁다보니 배수지도 공유지인데 활용을 잘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사는 박재남 씨가 지난 22일 대현산배수지공원에서 강아지와 산책하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노후 배수지 확충하며, 상부공간 공원화
대현산배수지공원은 분류는 근린공원이지만, 면적이 7만5576㎡에 달할 정도로 잔디광장, 다목적구장, 놀이터, 농구장 등 주민들이 원하는 시설들이 알차게 자리잡았습니다.
이날도 1.1㎞에 달하는 산책로를 따라 주민들이 운동을 하고 있고, 어린이집에서 야외활동 나온 어린이들, 게이트볼하는 어르신, 풋살하는 학생들로 북적였습니다.
운동에 열중이던 한 어르신은 공원 지하에 배수지가 있는 건 몰랐던 듯 “예전이 아니라 지금도 배수지가 있냐”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노후된 기존 배수지는 용량이 약 5만톤에 불과했습니다. 2003년 배수지 용량을 20만톤으로 늘려 새로 만들고 상부에 공원이 만들어졌습니다. 서울 마포·성동·성북·용산·종로·중구 일대 27만가구에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엔 대현산배수지공원에 희소식이 생겼습니다. 기존에 가파른 계단으로 올라야만 했던 중구 신당동 방면에 무인 모노레일이 만들어진 겁니다.
‘서울 최초’로 모노레일이 들어선 대현산배수지공원엔 어르신, 장애인도 편리하게 이용 가능해지며 공원과 상수도시설의 상생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대현산배수지 내부시설. (사진=서울시)
서울 배수지 102곳 중 50곳 공원 조성
배수지는 정수센터에서 생산된 수돗물을 각 가정에 보내기 위해 들르는 '수돗물 정거장'같은 곳입니다. 단전이나 누수사고 등으로 인한 단수를 막는 역할로, 적정수압을 유지하기 위해 고지대에 위치합니다.
1990년대 들어 생활체육 수요가 늘어났고 그 대안 중 하나로 배수지 상부에 공원을 조성하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이전까진 식수원 오염을 우려해 개방을 꺼렸습니다.
배수지 상부에 공원이 만들어지면서 시민들의 여가생활이 한층 올라갔습니다. 고지대에 위치한 특성상 공기가 맑고 나무가 많아 도심 속 휴식장소로 제격입니다.
현재 서울 배수지 102곳 가운데 시민 접근이 어렵거나 공간이 협소한 경우를 제외하고, 50곳에 공원이 조성됐습니다.
이들 면적만 104만3082㎡에 달해 여의도공원의 약 4.5배에 해당합니다.
배수지는 서울시 아리수본부, 공원 운영은 관할 구청이 담당합니다. 설계단계부터 해당 자치구와 협의하고 인근 주민 의견을 수렴해 주민이 원하는 공원과 운동시설을 만듭니다.
삼성·봉은저수지 위에 조성된 삼성해맞이공원. (사진=서울시)
배수지 확충, 2040년까지 1385억 투입
길동배수지천문허브공원, 삼성·봉은배수지공원 등은 시민의 휴식 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2006년 개원한 허브천문공원은 6만톤의 물을 저장하는 길동배수지 위에 조성된 공원으로 5월이 되면 만개한 아름다운 허브꽃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삼성·봉은저수지 위에 조성된 삼성해맞이공원은 최근 강남구가 새로 단장해 최고의 전망을 자랑합니다.
한강 야경 명소로도 유명하며, 뛰어난 전망 때문에 새해 일출을 감상하기 위해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서울시는 안정적 급수체계 구축을 위해 2040년까지 1385억원을 투입해 배수지 13곳, 11만2300㎡ 용량을 확충하고 상부에 공원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1단계 사업으로 미아배수지와 까치산배수지 신설을 추진하며, 나머지도 단계별로 추진해 급수 불편을 해소하고 주민들의 공원 접근성을 개선할 방침입니다.
한영희 서울아리수본부장은 “단계적으로 배수지 신·증설을 차질없이 추진해 서울 전역에 안정적 급수체계를 구축하고 세계 최고 품질의 수돗물인 아리수가 시민들에게 불편 없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배수지 상부는 설계 단계부터 의견을 반영해 시민의 사랑받는 명소로 조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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