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장애인들의 시설 밖 삶을 지원하는 탈시설 조례가 없어질 위기에 처하면서 장애인들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등 장애인 단체들은 1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인권위에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탈시설 조례)’ 폐지 긴급 진정을 받아달라고 규탄 농성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이 이날 농성에 나선 이유는 서울시의회에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를 폐지하는 폐지 조례안이 발의가 됐기 때문입니다.
2022년 만들어진 탈시설 조례는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근거에 해당합니다. 강행 규정은 없지만, 이를 바탕으로 자립생활주택, 지원주택, 공공일자리, 활동지원서비스 등이 추진됩니다.
이들 장애인 단체들은 “탈시설 조례는 서울시가 탈시설지원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이자, 탈시설을 장애인의 마땅한 권리로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라며 “인권위는 서울시의회가 헌법 및 UN장애인권리협약 위반을 감행하면서까지 추진하고 있는 장애인 인권 침해에 대하여 시급하게 시정권고를 결정해달라”고 밝혔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장애인 단체들이 18일 국가인권위 앞에서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사진=전장연)
"장애인도 지역사회 살아갈 권리 있다"
유진수 전장연 활동가는 “탈시설 조례는 저희 장애인들이 길거리에서 요구하며 피땀 흘려 만든 조례로 만들어진 날 기쁨의 눈물을 흘렸는데, 이제 슬픔의 눈물로 돌아왔다”며 “선택권을 준다고 하는데 시설 들어갈 때부터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으로,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지역사회에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발달장애인은 “훈련을 받으며 자립을 준비 중인데 저와 제 친구들은 더이상 탈시설이 어렵게 되는 것 아닌가 걱정”이라며 “시설에선 밤 9시가 넘으면 자야되고, 외박도 못하고, 내 돈도 마음대로 못 쓰는데 자립생활을 하며 비장애인처럼 자유를 느끼고 싶다”고 항변했습니다.
오는 19일 서울시의회 임시회,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면서 장애인들의 농성은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탈시설 장애인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도 서울시청과 서울시의회 등지에서 기자회견·집회 등을 가지며 폐지 반대 목소리를 더하고 있습니다.
박주석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간사는 “문재인정권 때 탈시설 가이드라인 1.0을 냈었는데 이제 윤석열정부 들어와서 2.0도 안 나오고 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범사업 예산도 다 삭감하고 오히려 이 탈시설 정책을 계속 역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명확한 인권 침해로 조례 폐지안이 막힐 때까지 집회나 기자회견을 해서라도 탈시설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의회에 전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 장애인이 지난 9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사진=전장연)
탈시설 조례 찬반 대립 거세, 폐지 가능성도
당사자인 장애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탈시설 조례의 폐지 가능성은 낮지 않습니다. 폐지 조례안이 주민 발의 형태로 이뤄졌는데 2만7435명이나 참여했습니다.
거주시설협회나 거주시설부모회 등을 중심으로 탈시설 조례 폐지 여론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의사표현이 힘든 중증장애인들을 자립이라는 명분으로 지역사회로 내몰아 부모와 지역사회에 부담만 가중시켰다는 취지입니다.
지난 7일 장애인 단체들은 2989명의 서명을 담아 반대의견서를 제출했지만, 서울시가 탈시설 정책에 소극적인데다 국민의힘이 시의회 다수당인 상황에서 조례 폐지를 막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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