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코로나19 공포에서 벗어나 평온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새로운 365일이 시작되는 새해 아침이면 우리는 새 역사가 시작된 듯 새 희망을 이야기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워본다. 한 해 동안 살아낸 스스로의 삶의 자세를 되돌아보고 새롭게 도전할 용기도 얻는다. 그래서 새해는 새롭다. 신축년 새해엔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새로운 꿈을 꾸고, 새로운 희망을 하나쯤 다시 품었으면 좋겠다.
금연을 하거나 다이어트를 하거나 혹은 천정부지로 올라 허망한 꿈처럼 돼버린 서울의 아파트를 장만하는 계획이라도 좋다. 아파트 꿈은 작심삼일이 아니라 작심삼년 정도는 가능한 야심 찬 계획이다. 작심삼년이 되더라도 꿈꾸는 순간 이미 그 꿈은 이뤄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삼일을 넘어 삼년 동안 가진 희망은 하루하루를 살아갈 소중한 일상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새해 연휴가 의외로 길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콕' 연휴를 즐기면서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새해계획을 생각했다. 나의 신년계획은 창업초심이자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죽어나가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아직 살아있는 '소상공인으로서의 초심'이란 제조 창업의 바다에 뛰어들었을 때의 마음가짐을 되새기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혼자만 잘 먹고 잘살려고 창업한 게 아니었다. 고용을 창출하고 기업을 키우는 게 우리사회에서 할 수 있는 주어진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아들과 딸들, 젊은 청춘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주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사는 이 땅이 헬조선이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상적이지 않은 관행과는 결별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장경제에 뛰어든 이상 시장경제에 부합하는 제대로 된 제품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약속했다. 내공을 길러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겠다는, 뼈를 깎는 각오로 제품을 만들었다. 그래야만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일일 테다.
직원들에게 군림하는 사장이 아니라 직원들의 의견을 하나하나 수렴해서 함께 성장하고 성장의 과실은 함께 나누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직원과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는 기업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결과는 생각한 대로 나오지 않는다. 코로나19 위기가 닥치자 매출은 큰 폭으로 떨어졌고 경영은 위기를 맞았다. 초심은 온데간데없이 잊어버렸다.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됐다. 그럼에도 새해를 맞아 '공정과 정의와 평등'이라는 시대정신을 다시 초심의 자리에 올려두고 각오를 다진다.
이웃 나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도 신년사를 통해 2021년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난) 100년의 장정은 파란만장했으며 '두 개의 100년'을 맞이하는 역사적 교차점에서 전면적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의 새로운 장정이 곧 시작되려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100년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새로운 100년의 장정을 다짐한 것은 100년 전 공산당 창당의 초심을 기억한다는 의미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100년 전 공산당 창당 초심을 기억한다면 세상이 조금 더 평화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느릿느릿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말이 있다"라며 "모두의 삶이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워질 때까지 한 사람의 손도 절대 놓지 않고 국민과 함께 걷겠다"라는 다짐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도 대통령에 취임하던 날의 초심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불과 3년 반 전의 일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느릿느릿 황소걸음'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가 없다. '소귀에 경 읽기'라는 속담은 소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어리석은 동물로 인식하기가 쉽다. 황소걸음이란 표현은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는 한데 그보다 느려 보이지만 신중한 행보와 처신이라고 보는 게 맞다. 실제로 소는 아주 영민할 뿐 아니라 우리가 기르는 가축 중에서 지능이 가장 뛰어나다. 그래서 '개나 소나'라는 비하의 표현은 우리가 가축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호시우행(虎視牛行)' 혹은 '우행호시'라는 표현을 종종 쓴다. "호랑이처럼 눈을 부릅뜨고 예리하게 상황을 판단하면서 황소처럼 신중한 자세로 처신하겠다"라는 의미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다는 의미도 초심으로 되돌아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늦지 않았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국민 한 사람의 손도 놓지 않고 함께 걸으시라.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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