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신년사를 통해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발맞추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멈춰있는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올해는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국제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남북은 손잡고 함께 증명해야 한다"며 "전쟁과 핵무기 없는 평화의 한반도야말로 민족과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북한에 사실상 대화 제의를 한 것이다. 이는 최근 국내외 정서를 반영한 조치다. 즉 미국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 임박하면서 대북정책의 전환이 예상되며, 코로나19가 올해 중에 어느정도 진정 국면을 보인다는 전제로 본격적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톱다운 방식의 대화가 일면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한계가 분명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국면이 바뀌었고, 북한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질서와 남북관계 전반의 국면전환이 분명한 만큼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적절한 제의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당장은 미국이 국내의 혼란한 상황으로 인해 여력이 없지만 조만간 공식적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북한과의 대화 재개 모멘텀이 형성될 것이다. 미국으로서도 과거 공화당 정부와는 다른 방식의 내실을 기하는 대북 접근법을 채택할 것이다. 또 중국도 한반도 문제에 있어 발을 빼기 어려운 만큼 대화 전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
북한 역시 대화를 위한 내부 정비를 마치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의 신년사 발표 당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실상 김일성과 김정일과 동등한 지위에 오른 것이다. 현재의 북한 내부 사정을 감안할때 새해부터 김정은 체제의 본격적 행보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내부적으로 권력구조의 체질개선을 통해 국제사회를 향해 다시금 협상의 물꼬를 틀 분위기 조성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는 북한이 대답해야 한다. 대화 프로세스의 속도 조절은 필요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남과 북 그리고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 시점이라는 말이다. 물론 북한 내부적인 요인도 충분하다. 코로나로 전 세계 교역이 급감하면서 북한도 그 시류에 편승해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근거는 바로 대중교역 급감이다. 북한의 대외 경제 협력은 중국을 중심으로 이뤄져 온 탓에 코로나로 인한 국경 봉쇄는 여러모로 타격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당장 급한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북한은 대화의 장에 나서야 한다. 그것도 명분과 실리를 내세울 때 명분보다는 실리를 더 앞장세워야 한다. 북 스스로 생각하는 명분이 충분히 쌓인 다음 대화에 나서는 것은 어쩌면 적절한 시기를 놓칠 개연성이 있다. 고로 한국 정부의 제의에 북한은 일단 민간교류 확대를 먼저 내세우는 한이 있더라고 얼굴을 비쳐야 한다. 시기적으로도 남과 북이 대화 재개의 모멘텀을 마련하고, 이달 말 미국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고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국면에서 미북대화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르면 2월이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권대경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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