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27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협회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제약주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제약주권 확립을 위해 정부·기업의 역할과 조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산업계는 품목 개발에 전력을 다하는 한편,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원희목 회장은 27일 온라인으로 개최 된 협회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제약주권 확립과 글로벌 시장 진출 가속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속 필요성이 부각된 의약품 자급률을 높여 글로벌 경쟁력 제고는 물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다는 목표다.
원 회장은 "코로나와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을 종식시킬 해결책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인 만큼 산업의 책무로 여기고 치료제·백신 개발을 책임감 있게 수행해 제약주권 확립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올해 키워드로 꼽은 제약주권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전 세계적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속 인도발 복제의약품이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 내 사재기 현상이 이를 잘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많은 비중을 인도 품목에 의존하던 상황에서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현지 셧다운에 물량 부족을 우려한 미국 소비자들이 다급하게 일반의약품을 쓸어담았던 사례다.
국내의 경우 복제약의 70% 수준을 자체적으로 수급하고 있어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현재 전량 외산에 의존하고 있는 코로나 백신이나 현재 자급률이 16% 수준에 불과한 원료의약품의 경우 상황이 다를 수 있다. 때문에 이를 위해 조금 늦거나 비용이 더 들더라도 국산 백신 개발과 원료의약품 자급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를 위해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과거 신종 플루 사태 당시 산업계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국산 품목 개발을 완료했지만, 대유행 이후 수요가 급감하면서 기업들은 큰 손해가 발생했다. 코로나 역시 미래를 위해 백신과 치료제 국산화가 필요한 만큼, 산업계가 안심하고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손실보전 등의 지원이 존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원 회장은 "결국 국내에서 수급할 수 있는 약이 없으면 타국에 의존해야 하고 코로나와 같은 비상 사태엔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다소 늦더라고 기업이 끝까지 개발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정책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라며 "원료의약품 역시 국내 원료에 대해선 일부 가격을 보존해 자급률을 50% 끌어올려야 국산 의약품 공급에 생길 문제를 막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원 회장은 코로나 치료제 및 백신 개발과 글로벌 블록버스터 개발 등의 혁신 노력을 성장으로 이을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을 촉구했다. 특히 각 부처별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보건산업 육성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비할 중장기 보건산업 육성전략을 수립하고 기초연구부터 임상 시험 완수까지 전주기적 정책을 총괄할 사령탑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바이오헬스산업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사회안전망이자 미래 국가경제를 주도해 나갈 성장동력이기 때문에 규제정책과 육성정책의 합리적 조화가 필요하다"라며 "이를 뒷받침할 실무총괄 부처인 보건복지부내 산업정책 조직의 강화 및 역할 확대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융복합, 최첨단 바이오의약품 개발 등 산업계의 혁신적 도전이 꽃을 피우기 위해선 산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규제 과학도 발맞춰 합리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라며 "R&D 결과물에 대한 충분한 가치 보상 등을 통해 R&D 투자 확대와 전략적 제휴가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규제를 선진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산업계 역시 정부 지원에 부응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보건안보 강화와 블록버스터 품목 창출, 적극적 해외 진출을 통한 글로벌 진출 가속화, 윤리 경영 강화 등의 산업 환경 혁신 등을 4대 과제로 세우고 올해를 제약주권 확립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코로나 치료제·백신의 조속한 개발 등 가시적 성과 도출을 촉진하고, 국산 원료의약품 자급률 증대 등 안정공급 시스템을 정립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2000여개의 원료 성분 중 국산화가 시급한 성분 200여개를 선정해 5년 뒤 자급률을 50%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원료의약품에 대한 집중 육성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을 위해선 연구개발의 선택과 집중,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의 확장, 글로벌 성공모델 배출 등을 목표로 꼽았다. 전방위적인 오픈 이노베이션과 융복합·첨단의약품 개발 활성화에 나서는 동시에 희귀난치 질환자들의 치료 선택폭을 넓힐 수 있는 의약품 개발에도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또 글로벌 진출 가속화를 위해 미국 보스턴에 '한국제약바이오혁신센터(가칭: KPBIC)'를 설치, 본격 운영에 나서고, EU 거점국가에도 제2의 KPBIC 설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 MIT 산학협력프로그램(ILP) 컨소시엄 참여와 영국 생명과학연구소 연계 글로벌 협업 프로그램 가입 등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들의 우수한 제제기술 및 생산역량을 접목한 기술기반의약품을 토대로 신흥시장 확대 개척도 지원할 계획이다.
MR자격 인증제도를 국가공인자격증으로 추진하고, CSO 양성화를 통해 의약품 시장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사업개발(BD) 전문가 및 글로벌 CRO 전문인력 양성을 포함하는 제약바이오 전문인력 양성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의약품 광고심의 전문성 강화 등 안전한 의약품 사용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원 회장은 "최근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이 많이 올라온 것은 사실이지만, 글로벌 무대로 치고 나가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동안 추진해 온 노력들을 성과로 가시화 시켜 정부에서 제약 분야를 3대 주력산업으로 삼은 것이 옳았구나라는 것을 산업계에서 증명할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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