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뮤지션이자 작가이며 제주의 책방 주인인 요조가 낸 새 산문집. 음악과 달리기, 채식, 책방 운영, 상실 등에 관한 단상 조각들이 담겨있다. ‘나’의 이야기는 차츰 ‘사회’로 확장돼 간다. 책방을 운영하며 도서정가제에 대해 고민하고, 채식을 지향하며 식문화와 동물권을 돌아본다. 매일 같이 불평등과 차별을 겪는 노동자들과 장애인들, 그 밖의 약자들에 대한 생각도 담겼다. 실패하더라도 끝내 열매를 맺고 마는 직업, 예술가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요조 지음|마음산책 펴냄
학벌주의와 여성 배제, 부동산 문제 같은 한국 사회의 오늘날 불평등 문제는 사실 ‘벼농사(먹거리)시스템 때문’이란 주장이 참신하다. 저자는 나이에 따른 연공서열 문화, 여성 배제의 사회구조, 땅과 자산에 대한 집착, 씨족 계보로의 상속 등 벼농사 체제의 유산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가적 재난에 효율적으로 맞서온 과거 동아시아 문명권도 오늘날 코로나 사태와 비교한다. 한국 경제 위기의 구조적 요인을 살펴볼 수 있다.
쌀 재난 국가
이철승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저자는 13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뉴욕주민’의 운영자이자 월스트리트 현직 헤지펀드 트레이더다. 지난 10여년 간 현장에서 치열한 전쟁을 치르며 체득한 투자 원칙을 이 책에 담았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억대 빚을 지고 조기 졸업을 택했던 학부 유학생이다. 이후 세계적인 전략 컨설팅 회사 맥킨지를 시작으로 씨티은행, JP모건 등을 거치며 수많은 스타 펀드매니저들의 흥맹성쇄를 목도했다. 월스트리트를 내부자의 시선으로 조명했다.
디 앤서
뉴욕주민 지음|푸른숲 펴냄
책은 ‘이세린’이라는 여성 만화 주인공을 내세워 음식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귀여운 그림체와 사뭇 반대되는, 어딘지 모르게 송곳 같은 이야기들이 책 스토리의 줄기를 이룬다. ‘여성스러움’을 주입한 학창시절이나 제사 같은 가족 이벤트의 갈등 같은 이야기들. 한국 사회 가족 문화의 구습,여성으로서 음식을 만들며 겪는 일들을 이세린이 독백한다. 대가족 명절을 치르고 남은 음식을 한데 비벼먹던 이들이라면 공감할 내용들이 적지 않다.
이세린 가이드
김정연 지음|코난북스 펴냄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식인 에코가 남긴 ‘가장 최신의 글’. 메가 베스트셀러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움베르토 에코의 유작 에세이다. 세상살이를 불안해 하는 이들에게 에코는 현실로부터 도피하지 말라고 한다. 무관심과 무지에서도 깨어나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날카로운 시선은 정치, 사회, 종교, 역사, 예술 등 세상 구석구석을 향한다. 글들은 오늘날 코로나19로 홍역을 앓는 시대에도 언뜻 유효해 보인다. 인류의 오만과 이기심을 성찰해야 할 때다.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박종대 옮김|열린책들 펴냄
대자연의 풍광을 달리는 도로 가운데에서 기력이 다한다면 좋겠다. ‘근사한 죽음’이라면 그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언젠가 한 적이 있다. 저자는 50세에 다니던 은행을 그만뒀다. ‘거기서 죽어도 좋을 만한’ 세계의 절경들을 보기 위해. 노르웨이의 쉐락볼튼과 트롤퉁가, 호주의 울룰루, 아이슬란드 굴포스…. 100개국을 돌아다니며 얻은 삶의 통찰은 한국의 좁은 빌딩에서는 얻을 수 없는 또 다른 세계였다. 책엔 카메라로 담은 아름다운 풍경들이 반짝인다.
거기서 죽어도 좋았다
조양곤 지음|스노우폭스북스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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