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군인'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고 백선엽 장군이 사실 서울 강남에 천억원대 빌딩을 가진 자산가라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다. 1970년대 교통부 장관과 대형 공기업 사장 등을 역임하며 각종 부동산 투자에 성공해 구축한 재산으로 전해진다. 고인이 당시 정부의 사전 개발 정보를 활용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부동산만큼 확실한 투자처가 없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100억원대 3기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에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준공무원인 공기업직원들이 자신들의 사적이익을 위해 '부동산 타짜'로 나섰다는 것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심정일 것이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무주택자인 나 역시, 3기 신도시 청약이 열리면 혹시 당첨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었던 마음만 헛헛하다.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제2의 LH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힌다. 여야 할 것 없이 부동산 투기를 뿌리째 뽑아야 한다며 '무관용 발본색원'을 외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다. 과연 일부 LH 직원들의 '일탈'은 이번 정부만의 일인가.
1989년 노태우정부가 1기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했을 때도, 16년 뒤인 2005년 노무현정부가 2기 신도시를 조성했을 때도 다수의 관계자들이 부동산 투기 사범으로 적발돼 처벌받았다. 공교롭게도 또 16년이 지나 2021년이다. 이번에도 다수의 관계자들이 적발돼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릴 것이다.
왜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는가.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며, 정권은 유한하지만 부동산은 무한하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워 국민들의 소득을 올려주겠다고 했지만, 부동산 가격은 그 이상으로 뛰어오른 것이 현실이다. 국민들의 다소 높아진 소득이 고스라니 임대료 인상과 부동산 거품으로 이어진 것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문재인정부 출범 후 44개월간 서울 75개 단지 11만7000채의 아파트 시세 변화를 조사한 결과, 아파트값은 30평(99㎡) 기준 5억원, 연평균 1억3000만원 올랐다. 반면, 노동자 평균임금과 최저임금은 연평균 기준 각각 132만원, 141만원 상승에 그쳤다. 부동산 불로소득과 국민의 노동소득이 100배 수준으로 벌어진 것이다.
이정도면 열심히 일을 하는 것보다 부동산 시장만 바라보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이다. '서울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과 '그 외 사람'의 양극화는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LH투기논란도 부동산이 재산증식의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남아있는 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제 땜질식 처벌이 아닌 '부동산공화국'을 붕괴시킬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현행 헌법에도 있는 '토지 공개념'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할 시기가 왔다.
이성휘 정치부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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