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통해 집행 중인 소상공인 창업초기자금 대출 지원을 두고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창업초기자금 대출 지원은 창업 초기 소상공인이 대상이긴 하지만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예비 소상공인들에게 '창업부터 하고 오라'는 식의 안내가 이어지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창업을 한 경우더라도 상담 과정 등에 시간이 걸려 창업초기자금 지원을 적기에 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제도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소진공 센터 갔더니 창업부터 하라더라"
10일 소상공인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카페 창업을 계획한 A씨는 소진공 지역 센터에 창업초기자금 대출을 문의했지만 '창업초기자금 대출을 지원 받으려면 사업자 등록증을 제출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창업 자금이 부족해 소진공을 방문한 A씨로선 황당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또 다른 예비 소상공인인 B씨도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 B씨는 “소상공인 창업 대출을 알아보기 위해 센터를 찾았는데 창업을 아직 하지 않아서 대출이 안 된다고 하더라”면서 “일단 업장을 운영해야 대출이 가능하다고 해서 다른 대출 상품을 알아보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A씨는 "일단 사업자 등록증을 받기 위해 일반 은행 대출로 6000만원을 들여 내부 시설과 설비를 설치해 장사는 시작했다"면서 "결국 비싼 은행 대출로 이렇게 시작하게 될 거였으면 창업초기자금 지원은 왜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창업을 한 경우라도 창업초기자금 지원을 제 때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진공 지역 센터에 따르면 창업초기자금 지원 상담은 6개월 이후에나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마저도 상담 자격만 주어지는 거라 바로 자금 지원이 이뤄지는 것도 아닌 상황이다.
“창업초기자금 지원 대상은 이미 창업한 소상공인”
소진공은 창업초기자금 대출 지원 대상이 이미 창업한 소상공인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소진공 정책자금 융자계획을 보면 창업초기자금 지원은 업력 1년 미만에 중기부 장관이 정한 교육 과정을 수료한 소상공인에게 대리대출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일선 소진공 지역 센터에는 대출 지원을 문의하는 예비 소상공인들의 문의가 빗발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진공에 따르면 창업초기자금 대출 상담 접수는 이미 마감됐고 추가 접수 계획은 아직 미정인 상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창업초기자금 대출 지원이 아직 창업하지 않은 예비 소상공인들이 창업 과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폭 넓게 지원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카페사장연합회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이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는 만큼 예비 소상공인들의 창업 문턱을 낮춰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창업하지 않은 분들까지 지원하게 되면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창업 지원금을 받아 놓고 다른 목적으로 유용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런 부분까지 관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직원들이 온라인 접수가 어려운 시민들의 신청을 돕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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