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국내 게임산업을 두고, 전문가들은 장기적 성장을 위해선 다양한 수익모델 발굴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한국 게임산업이 중국에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오는 이 때, 이번 ‘확률형 아이템’ 논란을 한국 게임산업 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게임에서 일정 금액 등을 투입했을 때 무작위적·우연적 확률에 따라 아이템이 지급되는 형태다. 업계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이 국내 게임사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게임사들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BM) 자체를 변화시키는 일이 쉽지 않고 부담 또한 크다고 말한다.
지난해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매출 규모. 자료/금감원 전자공시
3N 게임사 중 한 곳의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 구조는 게임 환경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해온 것으로 다시 구조를 바꾸기 쉽지 않다”며 "유저들도 이 체제에 익숙해져있는데 갑자기 정액제, 부분 유료화 등 시도를 하면 혼란이 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3N 관계자는 "게임사의 BM은 치밀한 구조로 짜여있어, 확률형 아이템 확률을 전면 공개해버리면 노하우(영업비밀)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면서 "중국 게임사들은 개발력은 우수한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운영 측면에서는 한국 게임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같은 업계의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확률형 아이템 BM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자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게임사들이 적극적으로 도입을 늘리고 이용자들을 길들이면서 사행성 문제가 커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넥슨이 확률형 아이템을 처음으로 시도했고, 엔씨소프트의 리니지가 나오면서부터 사행성 논란이 심해졌다"면서 "엔씨는 과한 과금유도를 통해 단숨에 매출 1조원을 이뤘다. 엔씨를 계기로 확률형 아이템이 돈벌이가 쉬운 BM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아 국내에 만연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 역시 “확률형 아이템은 가성비를 낼 수 있는 BM으로 개발자들보단 경영진들이 부추기면서 확대됐다”라고 지적했다.
중국 미호요의 멀티플랫폼 게임 '원신'. 해당 게임은 출시 초반 국산 유명 게임들을 제친데 이어 글로벌 탑 10에 오르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사진/미호요
해외로 눈을 돌려 봐도 불투명한 과금구조로 이같이 지속적으로 논란을 겪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선 미국, 일본, 유럽 등은 확률형 아이템 요소가 거의 없는 콘솔(비디오) 게임의 비중이 크고, 패키지 구매 혹은 월정액 지불 병합방식에 익숙하다. 중국의 경우엔 확률형 아이템 비중은 크지만 정부의 규제가 심한 데다 해외 시장 공략까지 염두에 두기 때문에 과금 구조가 국내보단 투명한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게임 일부의 사행성 논란을 이제라도 반드시 털고 가야 하는 이유다.
김정태 교수는 "확률 요소의 본질은 알레아(Alea), 즉 '뜻밖의 우연성'에서 비롯되는데 최근 문제는 게임의 본질적 메커닉(게임을 움직이는 기본 규칙이나 동작방식)과 거리가 멀다. 게이머에게 단발성 아이템 획득이 아닌 2차, 3차를 넘어 N차까지 랜덤으로 뽑아야 완성되는 이른바 컴플리트 가차를 포함한 사행성을 조장하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확률형 아이템은 엄격히 필터링되고 모니터해야한다"고 경고했다.
이밖에 게임사들이 BM 다원화를 위한 노력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 교수는 “중국 원신도 과금구조가 심하지 않은데도 세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듯이 지속가능한 BM 구조를 만들어야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 역시 "게임소재 및 BM 모델 개발 등을 위한 연구조직을 계속해서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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