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성전환 수술 후 강제 전역 당한 고 변희수 하사 복직 소송을 유가족이 이어가기로 했다. 변 하사 변호인은 유족이 고인의 법률상 이익을 승계했으므로 법원 판단을 받을 요건을 갖췄다고 15일 주장했다.
유형빈 변호사는 이날 참여연대에서 열린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변 하사가 국방부 상대로 대전지법에 낸 전역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유가족이 이어갈 근거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변 하사가 사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소송이 종료된다면, 변 하사에 대한 전역처분이 위법한지 적법한지에 대해 법원이 판단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송이 종료될 경우에 대해 "군은 앞으로도 유사한 사례에 대하여 변 하사에게 적용했던 법령의 해석과 처분 기준 등을 동일하게 적용할 것"이라며 "변 하사가 사망했다 하더라도, 향후 유사한 사례에 대한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전역 처분과 관련된 법원 판단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가족에게 변 하사 급여와 퇴직금을 대신 지급받을 권리가 있어 소송을 이어받을 법적 이익이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유 변호사는 "소송에서 다투고 있는 변 하사의 '군인으로서의 지위'는 이른바 일신전속적인 것으로 상속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면서도 "전역처분이 취소된다면 변 하사는 만기 전역하였을 때까지의 보수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급여청구권 등은 단순한 반사적 이익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전역 처분 취소 소송의 원고 적격을 이루는 법률상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유가족의 소송 수계는 판례로도 남아있어 적법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 변호사는 "대법원은 2001년 '요양급여의 수급권은 당해 근로자의 상속인에게 상속되므로, 유가족들이 상속인으로서 불승인 처분에 불복 소송을 제기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며 "2015년에는 서울고법에서 '사망한 공무원의 상속인들이 망인에 대한 해임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을 승계했다'는 판단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공동변호인단 김보라미 변호사는 고인의 전역 처분 사유로 심신장애를 든 국방부에 대해 "성 주체성 장애라는 질병으로 볼 수 없는 반인권적 내용을 근거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반인권적 조항을 남겨놓고 사람을 절망하게 만드는 것은 정부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공대위는 국방부와 육군에 대해 "고인이 세상을 떠난 뒤로 추정되는 3월 2일에도 54페이지에 달하는 서면을 재판부에 제출했다"며 "고인의 승소와 복직을 목표로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시민의 연대를 끈끈하게 조직하고, 투쟁의 장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국방부와 육군에 변 하사에 대한 사죄와 복직 수용을, 사법부에는 소송 수계 신청 인용과 전역처분 취소를 촉구했다.
참여연대와 군인권센터 등 29개 시민단체가 모인 공대위는 '국제 트랜스젠터 가시화의 날(31일)' 나흘 전인 27일 국방부와 육군에 대한 집중 행동을 할 예정이다.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15일 오전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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