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2019년 3월 인천국제공항에서 긴급출국금지된 후 2년이 지난 이달 현재 출국금지 과정에서의 위법 논란에 대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수사는 당시 출국금지의 정당성 논란과 더불어 공익신고서 제출에서부터 시작된 경위의 이유로 정치적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을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는 당시 출국금지요청서를 작성한 이규원 검사에 대해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17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관여자가 놓인 위치를 고려하고 봐야 한다"며 "이규원 검사나 그 주변에서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해 아는 사람은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또 "출금 과정에서 당시 대검 기조부장이 '나서지 말라', '다 기록하라'고 했다고 하는 것은 정보를 다 알고 있는 것이고, 이는 대검이 공식적으로 개입한 것은 아니란 근거가 된다"면서 "하지만 이때부터 대검은 법적인 절차를 위반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공익신고 전까지 이러한 사실에 대해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다만 "긴급출금 과정에서 절차 위반이 있다는 것에 대해 차규근 본부장 등 출입국관리소에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며 "그분들이 '과연 김학의 전 차관을 내보냈어야 하는가'라고 하는 주장에는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차 본부장 정도였다면 출국을 시키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차 본부장도 억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22일 오후 11시쯤 인천국제공항에서 태국행 비행기에 대한 탑승 수속을 밟았다. 김 전 차관은 같은 달 15일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소환 요청에 불응한 후 잠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가 3월23일 0시8분쯤 긴급출국금지요청서를 인천공항에 접수했고, 직후인 0시10분쯤 김 전 차관은 긴급출국금지됐다. 당시 요청서에는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사건번호가 기재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당시 문찬석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김태훈 법무부 감찰과장의 문의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찬석 부장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이후에도 "나중에 문제가 된다. 그때를 위해 관련 기록을 철저히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접수된 공익신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 1월6일 "대검 진상조사단이 김 전 차관이 이미 무혐의로 처리된 서울중앙지검 2013년 사건번호를 기재한 출국금지요청서로 출국을 막았다"고 주장하면서 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법률 대리인 김한규 변호사는 같은 달 21일 자신의 SNS에 "예상대로 김 전 차관 출국금지 관련 '공익신고자'는 검사인 것으로 보인다"며 "검사라도 스스로 수사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으면 공익신고할 수 있지만, 이 건은 지난 12월 공익신고서를 국민의힘에 먼저 제공했다는 점에서 목적의 순수성에 의구심이 들고 '부정한 목적으로 공익신고를 한 경우'로서 공익신고자보호법상 공익신고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공익신고하는 경우 직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하지 않는 이점이 있다"며 "검사가 수사할 경우 피의사실 공표를 못 하지만, 이런 공익신고의 형태로 공개하면 책임이 면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익신고자의 인적사항이나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을 공개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되기에 해당 검사가 누구인지 이야기하면 고발이 될 것"이라며 "보호막까지 잘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박준영 변호사는 공익신고에 대해 "정치적 의도나 검찰 조직에 대한 관점에서 해석하는데, 공익신고서의 내용을 보면 '법이 이래도 되나'란 고민이 들어 있고, 공익신고의 순수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봤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내가 만약 신고자의 입장이라면 공익신고 내용의 파급력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가기관에만 의존할 수 있겠나"라며 "정치적 의도가 있을 수 있으나, 공익신고의 목적성과 공익성을 함부로 폄하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진행한 지난 1월21일 검찰 관계자들이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법무보좌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물을 들고나오고 있다. 법무보좌관실은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소속이던 이규원 검사가 근무하는 사무실이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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