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사람이 찾아오면 대화를 하게 되잖아. 상대방이 말을 못 알아들을 때 벗는 것일 뿐이야."
25일 서울 중구 중림동에서 잡화 상점을 하는 노인 A씨는 <뉴스토마토>와의 대화에서 마스크 끈을 한 쪽 귀에만 걸어놓은 채로 일하는 이유를 이렇게 얘기했다. 연일 확진자 수가 300~400명대에서 머무는 가운데 설득력이 있다고는 볼 수 없었다. 그나마 이야기 도중 제대로 쓰려고 시도하다가도 결국 불발에 그쳤다. 해당 가게는 출입문 없이 인도에 맞닿아있었다. 근처에서는 폐지 수레를 이끌던 할머니가 마스크를 벗은 상태로 휴식하면서 행상하는 할머니와 대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풀어진 분위기는 비단 특정 연령대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남녀노소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한다는 기존 의식과 봄철을 맞아 느슨해지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헤매고 있었다.
한 마라탕 식당에서는 10명 가량이 거리두기 기준인 2m나 1m는 커녕 30cm보다 더 좁은 간격으로 줄서있었다. 시설 면적이 20㎡에 지나지 않는데 맛집으로 소문나있어 비교적 장시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런가 하면 순화동의 어느 국밥집에서는 5명이 한꺼번에 계산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식사를 끝낸 후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카페 곳곳에서 손님들이 컵에 얼음만 남거나 다 녹도록 맨 얼굴로 대화하는 풍경들이 눈에 띄었다. 권고 시간인 1시간을 넘겨서 담소를 나누는 일행까지 있었다. 커피숍들은 제지할 여건이 되지 않아보였다.
계절적 특성도 방역의 끈을 느슨하게 했다. 이날 오후 기온이 영상 20도에 육박하면서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그나마 커피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마스크 착용이 비교적 바른 편이었지만, 음식과 비슷하고 녹기 쉬운 아이스크림은 사정이 달랐다. 사람 2명이 콘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대화하고 있는 모습, 일행 3명이 막대 아이스크림을 들고 가면서 이 중 1명은 마스크를 벗은 채로 입에 넣는 풍경이 서소문동에서 보였다. 북창동 거리에 둘러서서 떠먹는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중년 여성 3명이 눈에 띄기도 했다.
생활 속 방역이 느슨해지면서 이날 전국 신규 확진자는 430명을 기록해 이틀 연속 400명대를 유지했다. 서울에서도 127명으로 집계된데다 감염경로 '조사 중'도 46명이나 됐다. 경로 조사 중인 비율은 지난 7~13일까지만 해도 20%대를 유지하다가 14~20일에는 30%대로 올라섰다. 이날 역시 36.2%로 증가세가 완연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감염경로 조사중 비율 증가는 지역사회에 찾아내지 못한 감염이 아직 다수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코로나는 특성상 무증상, 경증 상태에서의 전파가 이뤄지기 때문에 적극적인 검사로 지역사회 내 숨은 감염자 찾아내는 것과 일상생활 속의 방역수칙 준수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5일 서울 중구 북창동에서 고객들이 식당에 들어가려고 줄서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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