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플레이션 확산 우려 '일시적'…"오름세 불가피, 장기간은 힘들어"
한은, 최근 미국 물가여건 점검 및 전망 보고서
미국 2월 PCE 물가지수, 전년 동월비 1.6%↑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식품 가격 물가 상승 주도
가격 상승은 기저효과 일시적 요인…코로나 변수
2021-04-11 12:00:00 2021-04-11 12:35:00
[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백신 접종과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나서고 있는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inflation) 확산 우려가 ‘일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전년도 급락에 따른 반사효과 등 오름세가 불가피하나 완전고용에 대한 회복 지연 등으로 장기간 이어지기는 힘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11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최근 미국 물가여건 점검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1.6% 상승했다. 지난해 11월부터 미국의 PCE물가지수는 3개월째 상승폭을 이어오고 있다. 11월 1.1%이던 것이 12월 1.2%, 올해 1월 1.4%에서 2월 1.6%로 확대되고 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 PCE물가도 1.6%를 기록하는 등 넉달 연속(지난해 11월 1.1%, 12월 1.3%, 올 1월 1.4%, 2월 1.7%)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률을 주돠면서 높아진 식품 가격이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가격은 이동제한조치 등에 따른 수요 급감으로 하락했던 연료비가 올 들어 상승 전환했다. 
 
김태경 한은 뉴욕사무소 차장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급락했던 미국 물가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개선되고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오름세가 점차 빨라지는 모습"이라며 "서비스 가격은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으나 재화 가격은 빠르게 낙폭을 줄이며 상승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 여건을 수요·공급·구조적 측면으로 나눈 한은의 분석을 보면, 수요 측에서는 코로나 백신 보급으로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소비 수요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고 봤다. 다만 숙박, 항공 등 대면접촉 활동 제약으로 서비스 소비 정상화가 지연되는 점과 이에 따른 임대료 오름세의 제약 등은 서비스 가격의 상승 압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분석했다.
 
공급 여건에서는 전체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원유, 금속, 반도체 등 주요 원자재와 부품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나타내면서 수입물가가 올 들어 상승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 상승은 기저효과 등 일시적 요인에 기인하는 만큼, 기조적 물가상승 압력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히려 코로나 충격에 따른 대내외 공급망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불안 요소로 꼽았다.
 
구조적으로는 과거의 물가하방 압력요인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저임금 신흥국의 저가제품 공급, 생산·유통의 혁신을 통한 원가 절감,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공약신뢰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신흥국의 경제 성장, 글로벌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변화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물가상승률의 오름세는 향후 몇달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하락에 따른 반사효과, 보상소비 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오름세가 장기간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예단했다.
 
완전고용 회복 지연 등에 따라 중기적 물가상승 압력이 높지 않은데다, 미국 이외에 다른 선진국의 경제회복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차장은 "기대인플레이션 안착, 완전고용 회복 지연 등으로 중기적은 물가상승 압력이 높지 않은데다 여타 선진국 경기회복 지연, 달러화 강세 등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어서 빠른 오름세가 장기간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2월 개인소비지출(PCE)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1.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미국의 한 식료품의 진열 상품. 사진/뉴시스·AP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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