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생계 유지하려면 완화해야", "확진자 늘까봐 불안하다"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제시한 업종 및 업태별 서울형 거리두기에 대한 '사장님'과 '고객님'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중앙정부의 지침과도 충돌해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12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코로나19 온라인 브리핑에서 "현장에서 수용 가능하고 보다 실효적인 방역효과를 얻도록 업종·업태별 맞춤형 방역수칙을 수립해 기존 방역수칙을 대체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정부 방역은 일괄적인 영업제한 때문에 오히려 대중교통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게 하고 있다"면서 "시간 차등둬서 업종 특성에 따라 분산하면 코로나 확산 (방지)에 도움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업장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이석영 홀덤펍협회 대표는 "서울시가 제안한 제한시간 오후 11시든 10시든 상관없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6시간을 운영할 수 있게 배려해달라"면서 "방역을 다른 업종에 비해 철저히 지킨다는 확약서를 쓰더라도 지킬테니 도와달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 역시 "서울형 정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업종마다 영업 형태가 다 다르기 때문에 사업장 의견을 들어 세심하게 결정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시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30대 서울시민 A씨는 "업종별로 방역 조치를 나눈다고 하지만 애초에 업종 사이의 구분이 딱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면서 "지금 풀어주면 확진자가 더 불어나 위험해질 것 같다"고 불안해했다. 이어 "2~3주 동안 대만이나 베트남처럼 나라를 닫아 완전히 코로나를 잡은 다음에 (오 시장 제안처럼) 컨트롤해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50대 B씨 역시 "전체 확진자가 600명대까지 오르락내리락 하고, 무허가 클럽에서 200여명이 춤춘 상황에서 제한을 풀겠다는 게 합당한지 심하게 의심하고 있다"며 "소상공인 중에서 비중이 크지 않은 유흥시설 이야기가 먼저 나오는 것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방역 완화에 찬성했으나 업종별 기준 수립 과정에서 일어날 잡음을 우려하고 있었다. 40대 C씨는 "코로나 본격화한지 2년이 돼가고 백신도 맞으니 완화하는 게 낫다"면서도 "업종별 형평성을 제대로 맞출 수 있을지는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기존에 일괄적인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해온 방역 당국은 협의 후에야 반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코로나19 상황 백브리핑에서 "서울시에서 (자체거리두기 및 방역 조치 관련)안이 오면 협의를 하면서 진행할 예정"이라며 "각 지자체에서 특별한 거리두기 관련 조치를 할 경우에도 중대본을 통해서 협의하면서 발표해왔기 때문에 서울시에서도 그런 절차를 준용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자체적인 거리두기 방안을 통해 방역 조치를 완화한다면 제재를 검토할 지 여부에 대해 아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논란과 충돌을 의식하듯 서울시 역시 이날 정부와의 협의를 강조했다. 오 시장은 "(서울형 거리두기가) 마련된다고 해서 바로 시행한다는 게 아니라 다음주 초부터 중대본 측과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15일 서울 강남구 한 홀덤펍에서 직원이 영업재개를 앞두고 가림막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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