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미·중 무역분쟁으로 급감했던 미국의 대중 수입액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지출 확대로 수입수요가 늘어난 데다, 양국 간 관세 인상 조치가 소강상태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산 원부자재·완제품에 고율관세을 부과할 경우 미국 기업과 소비자 피해 뿐만 아니라 일자리 타격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국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양국간 무역분쟁 이전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대중 수입이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를 보면 미국의 대중 수입액 증가율은 올해 1분기 5.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까지는 54.1% 급감했으나 3분기 93.1%, 4분기 29.8%의 증가율을 보여왔다.
미국의 대중 수입액은 지난해 1월 중국과의 1단계 무역협정 이후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품목별로는 전자기기, 기계류, 완구, 섬유제품 등 중심으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여타 국가들보다도 월등하게 높은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이는 미국의 재정지출 확대로 수입수요가 증가한 요인이다. 특히 양국간의 관세 인상 조치에 대한 소강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단계 무역협정 체결로 미국의 대중 수입품에 대한 평균관세율은 21%에서 19%로 2%포인트 인하됐다. 바이든 정부가 고율관세 부과를 통한 통상압박 방식을 기피하는 것도 대중 수입 증가에 한 몫한 분위기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산 원부자재·완제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피해를 볼뿐 아니라 일자리 타격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양국간 무역분쟁으로 2018년 3월부터 2019년 9월 사이에 감소한 일자리가 30만개 달했던 것으로 추정한다.
바이든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와 함께 대중 압박 수단으로 관세보다는 인권, 기술, 환경 이슈를 활용할 것이라는 점도 대중 수입이 더 늘어날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pandemic) 발로 미 정부는 지난해 3조7000억 달러, 지난 3월 1조9000억 달러의 부양책을 통과시킨 바 있다.
다만 미국의 부양책 효과가 대중 수입 증가로 쏠릴 경우 바이든 정부가 받게 될 정치적 압박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대중 수입 증가세가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게 한은 보고서의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의 대중 수입액은 무역분쟁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지만, 중국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아직 양국간 무역분쟁 이전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대중 수입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정치적 압박 등으로 장기간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은 5월을 '전국 소비촉진의 달'로 지정하고 소비박람회, 중화미식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 우려, 춘절 이동제한 조치 등으로 소비 회복세가 일시적으로 주춤하자 소비 촉진 행사를 앞당긴 경우다.
중국 정부는 소비촉진책과 백신 접종 진척 등으로 소비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백신 접종 건수는 3월 말 기준 1억2000건에서 4월 말 2억7000건으로 2배 넘게 늘었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수입액 증가율은 보면 올 1분기에 전년대비 5.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 자유무역지대에 있는 양산항 모습. 사진/뉴시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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