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옥외집회 금지 장소인 대법원 청사 근처에서 집회를 주최한 혐의로 기소된 시민단체 간부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집시법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직접 재판에 이같이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박씨와 함께 기소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모씨에 대해서는 판결이 유지됐다.
재판부는 "박씨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않은 때에 해당해 유죄를 선고한 1심판결은 위법하다"며 "그러므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박씨에 대한 원심판결과 1심판결을 모두 파기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이 사건 헌법불합치 결정에 의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선언된 이 사건 법률 조항과 이 사건 헌법불합치 결정의 효력이 미치는 집시법 23조 3호, 구 집시법 11조 1호는 소급해 효력을 상실하므로 법원은 이 사건 법률 조항과 집시법 23조 3호, 구 집시법 11조 1호를 각각 적용해 공소가 제기된 피고인들에 대해 형사소송법 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원심판결 중 박씨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부분은 더 이상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됐고, 이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부분은 결론에 있어 정당하므로 검사의 상고는 받아들일 수 없게 됐다"며 "다만 박씨에 대한 피고 사건은 대법원이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다고 인정되므로 형사소송법 396조 1항에 의해 직접 판결하기로 한다"고 설명했다.
동성결혼합법화반대국민연합 사무총장인 박씨는 지난 2105년 8월4일과 10월1일 2차례에 걸쳐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경계지점으로부터 약 15m 지점인 인도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반대 기자회견을 하는 등 집회를 주최한 혐의로, 이씨는 해당 집회에 참석한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1심은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박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하고, 이씨에게 벌금 3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2심은 박씨에 대한 판단을 유지했지만, 이씨에 대해서는 "이 사건 당시 '이 사건 각 기자회견 장소가 집시법 11조에 의해 옥외집회가 금지되는 장소란 것을 알았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선고 이후인 2018년 7월 헌재는 집시법 11조 1호 중 '각급 법원' 부분에 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당시 집시법 11조 1호는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었다.
이후 지난해 6월 집시법이 개정되면서 11조는 기존 규정에 '법관의 직무상 독립이나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는 경우,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로서 각급 법원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않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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