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정부가 60세 이상 정년을 연장한 사업자에게 장려금을 지원 중이나 정작 집행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수요 부족, 청년실업률 문제, 코로나19에 따른 무인화 추세 등에 밀려 제도 시행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고령화 문제의 돌파구를 위해 제도 활성화와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제도 시행 첫해인 지난해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의 지원 목표 2274명 중 실제 집행 인원은 690명(30.3%)에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61억원 예산의 집행률도 15.6%(9억5000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배정은 81억8600만원으로 2274명에게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5월 현재 533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해와 올해 연속적으로 받는 690명을 제외하면 집행률은 33%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올해 배정한 81억8600만원 대비 장려금 집행금은 15억550만원으로 집행률이 18.3%에 불과하다.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은 임금피크제·임금직무급제 등과 함께 국민연금 수급연령 상향·생산가능인구 부족 문제 논의를 바탕으로 지난해 1월부터 시작한 제도다.
해당 제도는 60세 이상 정년을 연장한 기업이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으로 정년연장, 재고용제도 등을 도입하고 정년 이후에도 계속 고용을 한 경우 2년 동안 1인당 72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 장려금 제도는 정년연장을 취업규칙에 명시하는 등 기업의정년연장을 유도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의 '법정 정년(만 60세) 이후 근로 의향'를 조사를 보면, 성인 10명 중 9명은 정년퇴직 이후에도 일을 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재 노동시장의 구조상 지원금을 통해 정년을 늘리는 것이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기업의 고령자 수요가 크지 않은 탓이다. 특히 현행 월 30만원의 장려금 지급 수준과 비교할 때 '정년의 연장 또는 폐지'를 못 박는 취업규칙은 기업으로서 적잖은 부담이다.
따라서 중소기업 중앙회는 현재 장려금을 50만원으로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5% 수준의 낮은 집행률은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
소민안 한국공인노무사회 대리권지킴이센터장은 “노동자와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을 때 계속 지원을 해주는 제도로 가야지 정년을 형해화 시키는 제도로 가면 사업장들이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도 지난해 중소기업의 고용 유지와 숙련인력 확보를 위한 '숙련 고령자 고용유지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고용부에 건의해왔다.
더욱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고령자에 대한 수요는 바닥을 쳤다. 고령층이 주로 취업해 있는 곳은 코로나 타격을 받은 음식·숙박 부문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해당 업종의 기업들로서는 지원금을 받아 이들의 고용을 유지할 수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비대면 서비스로 인한 무인·자동화는 향후 기업의 인력수요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현 '만 62세'에서 2033년 '만 65세'로 늦춰질 예정인 만큼, 현행 60세의 소득 공백 우려도 크다.
이미 연금 수급 개시연령은 62세이나 법정정년은 60세에 머물러 2년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2033년까지 65세 정년연장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도입 시기 여부는 미지수다. 과거 정년 60세 논의도 2013년 법안이 마련돼 2017년 전 사업장에 도입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년연장 제도화 시간은 촉박하다.
청년실업률 10%, 청년 체감실업률 25%에 달하는 현 상황에서 정년연장 논의를 쉽게 꺼내들 경우 정권 말기에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19년 6월에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년 연장 문제를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말해 반발을 산 바 있다. 그렇다고 정권 5년차를 맞은 정부가 다음 정부로 바통을 넘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은 “코로나가 미친 영향이 중고령자의 수요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현재 시장의 수요일 수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과거 일상정도로 경제가 정상화되면 정년논의, 임금체계 등을 포함한 여러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제도는 일본의 제도를 벤치 마크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일본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중소기업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서 중고령자라도 더 길게 일해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가 무르익은 상황"이라며 "현재 우리 상황과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제도 시행 첫해인 지난해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의 지원 목표 2274명 중 실제 집행 인원은 690명(30.3%)에 그쳤다. 사진은 일자리 찾기 위해 줄 선 노인들.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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