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오는 6월2일 여의도에서 기본대출을 도입하고 불법사채 대책을 강화하는 내용의 기본금융권 보장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기본금융은 기본소득, 기본주택 등과 함께 '이재명표 기본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여권 내 대선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 지사도 의제 공론화와 싱크탱크·지지모임 구성 등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대선을 겨냥해 어떤 메시지를 낼지도 주목된다.
31일 경기도는 오는 6월2일 오전 10시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이 지사와 국회의원,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경기도 기본금융권 보장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 행사는 경기도가 중점 과제로 추진한 '불법사채 근절과 극저신용자 소액금융 지원'에 관한 해법을 찾고, 여론의 공감대를 얻고자 마련됐다.
앞서 경기도는 2018년 11월 '극저신용자 대상 소액금융 지원사업’ 추진계획 세우고 불법 고금리 사채는 엄중 단속하는 한편 시중은행 이용도 어려운 극저신용자에 대해선 최대 100만원 한도로 저금리 대출을 해주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 지사는 극저신용자 저금리 대출을 기본대출로 의제화하기 시작했다.
이 지사가 기본금융을 강조하는 건 저신용-고금리 대출의 악순환에 빠진 서민경제 문제가 심각해서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2020년 발생한 5160건의 불법사채(미등록 대부업)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평균 대출금액은 992만원, 연환산 평균이자율은 무려 401%에 달했다. 기본소득을 줘서 소득양극화를 완하하고 골목상권을 살려 경제를 활성화한다고 해도 불법사채를 이용했던 사람은 '대출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셈이다.
이 지사는 지난주에도 페이스북 등을 통해 기본금융을 주창하는 글을 올리고 관련 의제를 공론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지사는 25일엔 "금융 소외계층의 최후 보루는 대부업체가 아닌 국가여야 한다"며 "법정 최고금리를 추가 인하해 서민들의 금융기본권을 보장하고 가계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7일에도 "서민경제 파탄내는 살인적 불법사채에 강력한 근절대책을 마련하고 무관용의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기본금융을 도입하는 건 기존 금융제도를 손질해야 하는 것이어서 정치권과 금융권, 여론 등의 반감이 상당할 전망이다. 현행 금융제도에선 개인 대출이력과 신용등급에 등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은행과 대출한도, 금리 등이 정해진다. 반면 기본금융은 극저신용자에 대해선 신용등급 등으로 장벽을 치지 말라는 취지다.
올해 3월 경기도가 기본대출 구상안의 실현가능성을 사전 조사하고자 시중은행에 공문을 보낸 것에 두고 일부 언론에서 "경기도가 신용도에 상관없는 대출상품을 만들라고 은행에 요구했다"라는 보도가 나온 건 기본금융에 대한 일각의 반발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에 이 지사가 기본금융 주제로 국회토론회를 여는 건 이 제도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우호적 여론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경기도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도 더불어민주당 정성호·김영진·김병욱 의원 등 친이재명계를 비롯해 30명의 의원들이 집결할 예정이다.
12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상암연구센터 3층 소극장에서 열린 '민주평화광장' 정책토크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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