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재개발', 뉴타운 부활인가)①"뉴타운 시절보다 재개발 더 어려워…각자도생"
옛 창신뉴타운, 신축 건물 들어서며 대규모 재개발 불가
옛 신길뉴타운, 주거보상 불신 여전…지역주택조합 기승
옛 증산뉴타운, 구청장 주도로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준비
2021-06-07 06:00:00 2021-06-07 0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지난달 오세훈 서울 시장이 '재개발 사업의 6대 대못'을 뽑는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부동산 시장에는 2015년 이후 멈췄던 정비구역 지정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도시재생지 등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곳은 소규모 정비사업이 가능하도록 층수 제한을 풀고 공공임대주택이나 공공시설 기부채납 의무도 없앴다. 박원순 전 시장 때 뉴타운이 대거 해제되면서 가로막혔던 서울 주택 공급이 오 시장 체제에서 부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원주민이 밀려나는 주거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여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편집자주>
 
"창신동 재개발은 끝났다고 봐야 합니다. 지금도 새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데 그걸 다시 밀고 아파트를 지을 순 없잖습니까. 새 집이 필요한 주민들은 단합해서 나홀로 아파트나 두, 세 동짜리 빌라를 지어서 살아아죠."(종로구 창신동 A 공인중개사)
 
복잡하고 좁은 골목길, 천막으로 비를 막는 집, 마구 엉켜있는 전선… <뉴스토마토>가 지난 3일과 4일 찾아간 서울 종로구 창신동은 도시재생 정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히는 곳이다. 정부 예산이 1000억원 넘게 투입됐지만 주민과 관광객 모두 찾지 않는 기반 시설 보충에만 그친 탓에 '도시재생=벽화 그리기'라는 오명만 남았다. 
 
3일 종로구 창신동 옛 뉴타운 일대는 도시재생지로 선정되며 벽화 등 마을 미관 개선 사업이 진행됐지만 개인 주거지는 여전히 낡은 상태로 남아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창신동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임하던 2008년부터 바로 옆 숭인동과 묶여 뉴타운 사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재개발을 반대하는 원주민들이 많아 2013년 박원순 전 시장 때 뉴타운에서 해제되고 '도시재생 1호' 지역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정부가 공공재개발 정책을 발표하면서 일부 집주인들이 이를 추진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도시재생 지역에서는 예산이 중복으로 쓰이는 것을 지양하기 위해 정부가 재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
 
대신 건축 허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곳곳에서는 소규모 단위의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민간이든 공공이든 획기적인 사업 단축 사례가 나오지 않았고 동네 특성상 상업지역 비율이 높아 보상 문제도 복잡하기 때문에 새로운 집 또는 건물을 혼자서라도 짓겠다는 것이다.
 
건축 허가가 나는 곳은 사실상 대규모 재개발이 불가능하다. 신축 건물이 지어지면 재개발 요건 중 하나인 노후도를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재개발을 원하는 집주인과 기존 주민 간의 입장도 엇갈린다.
 
창신동에서 20년 넘게 여관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공공재개발 소식 때문에 작년에 소규모 빌라 투자자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개발을 원치 않는 기존 주민들하고 마찰을 빚고 있다"며 "뉴타운이 취소되고 개인적으로 집을 다시 지어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게 지금 와서 제대로 보상이 되겠나. 예전 뉴타운 시절보다 지금 재개발이 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3일 뉴타운에서 해제된 후 여전히 재개발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영등포 신길동 일대에는 지역주택조합 홍보가 한창이다. 사진/윤민영 기자
 
옛 신길4구역도 예전의 영등포 뉴타운 시절처럼 대규모 재개발을 하는 것보다는 이웃 주민끼리 힘을 모아 소규모 단위의 재건축이라도 하자는 분위기다. 정부가 어떠한 당근책을 내놔도 재개발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노인 가구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예전 거주지가 재개발되자 신길4구역으로 한차례 밀려나서 살고 있는 상태기 때문에 주거 보상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다고 한다.
 
신길동 C 금은방 사장은 "시세 차익을 본다고 해도 아파트 하나 받으려면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 부담감이 생기는 데다가 다세대에서 50~60만원이라도 월세 수익을 받고 사는 사람들은 생계가 끊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공공이든 민간이든 개발이 안될 걸 아니까 연예인을 앞세운 지역주택조합이 판을 친다"고 설명했다.
 
은평구 수색·증산 뉴타운에 속했던 옛 증산4구역은 창신·신길동과 달리 대규모 민간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이 구역은 과거 뉴타운 시절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인근 신축 단지의 미분양이 넘치면서 재개발이 취소됐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증산4구역은 2019년 뉴타운에서 해제된 뒤 지난해부터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주거정비지수 때문에 탈락했고 공공재개발 공모에서도 떨어졌다. 1종 일반주거지역이라는 이유로 역세권 재개발 사업도 불가능하다.
 
3일 은평구 옛 증산 뉴타운 일대는 10여년 전 미분양 사태가 일어날 당시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았지만 현재는 공공재개발을 추진하자는 분위기다. 사진/윤민영 기자
 
은평구는 구청장의 제안으로 이곳에서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주민들의 동의서를 걷고 있다. 오 시장이 취임하면서 민간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자 현재는 공공과 민간 중 사업이 더 빠른 쪽을 택하자는 분위기다.
 
증산동 D공인중개사는 "뉴타운에서 해제됐으면 신축이라도 할 수 있게 건축 허가 제한을 풀어줘야 하지만 아직까지 모든 개발 방법이 막힌 상태"라며 "지금처럼 부동산 상승기에 빨리 개발을 해야 하는데 뜻대로 안되니 주민들이 속이 타서 무조건 빠른 사업을 선택하자고 주장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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