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기 백신 도입 ‘헛발질’, 서울시 “중앙 일원화” 원칙 '눈길'
오세훈 “지자체 경쟁 도입, 혼란 부추겨 집단면역 형성 노력 역행”
2021-06-03 13:56:58 2021-06-03 14:02:14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대구시와 경기도 등 다른 광역지자체들이 백신 자체 도입을 시도하다가 중앙정부에 저지당한 가운데 서울시는 중앙정부 일원화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일관된 방역정책 시행이 중요한 상황에서 조바심을 내거나 독자적인 정책으로 시민에게 혼란을 주는 대신 집단면역 조기 형성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3일 서울시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날 기준 백신 자체 도입계획을 검토하거나 진행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광역지자체 등과 마찬가지로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에도 독자적인 백신 도입과 관련해 다양하게 많은 경로로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 성중기 서울시의원은 지난달 17일 “현재 정부의 백신수급 정책은 실패한 상태이며 서울시는 책임감을 가지고 백신 수급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자체수급방안 수립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지난 4월 취임 이후 백신 수급의 경우 줄곧 지자체별로가 아닌 중앙정부가 질서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달 취임 한 달 간담회에서 “공적 사적으로 제안이 여러 가지 들어오는 게 있는데 저는 지자체별로 백신 확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라며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민간을 통해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집단면역을 조기에 형성하는 노력에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서울시의 백신 수급이나 접종속도는 걱정할만한 단계가 아니다. 이날 기준 접종자 수는 151만2672명으로 150만명을 넘겼다. 서울 인구 960만명 가운데 6~7명에 1명 꼴로 1차 접종 이상을 한 셈이다. 하루 접종인원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지난 1일엔 하루 11만명을 넘겼으며 얀센 백신이 도입되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 잔여 물량도 나쁘지 않다. 이날 기준 아스트라제네카 38만2560회분, 화이자 8만7132회분, 총 46만9692회분이 남아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백신 자체 도입계획은 없으며, 중앙정부와 소통해 부족하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다”며 “접종 속도나 잔여물량을 봤을 때 큰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시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광역지자체들에서 독자적인 백신 수급 방안을 추진했다가 중앙정부에 막혀 접은 사례들도 있다. 경기도는 지난 4월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고, 백신 접종의 속도가 나지 않자 도 차원에서 여러 백신의 도입 및 접종에 대한 법률적 행정적 검토를 진행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당시 의회 질의 답변에서 “백신 확보와 관련해선 새롭게 다른 나라가 개발 접종하는 백신을 우리 경기도라도 독자적으로 도입해서 접종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실무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하지만 곧바로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이 정례브리핑에서 “백신의 공급과 예방접종은 중앙부처에서 전국적으로 통합적으로 실시하는 사무인지라 지자체 단위에서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최근엔 대구시에서 독자적으로 화이자 백신 3000만명분을 3주 안에 공급할 수 있다는 지역 의료계와 외국 무역회사의 제안을 정부에 전달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시와 메디시티대구협의회의 노력으로 백신 물량 도입에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성사되면 조기에 많은 백신이 국내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마찬가지로 손 반장은 지난 2일 “더 확인돼야겠지만 정상경로는 아닌 것으로 지금 판정되고 있다”며 “공급이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은 확인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구시가 추진한 백신 구매는 ‘정상 경로’가 아니어서 공급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8일 중구보건소에서 백신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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