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발목을 잡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의 생산차질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수급문제는 연내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의 경제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전날 ‘아시아 무역 브리프, 글로벌 반도체 칩 부족’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EIU는 “냉장고나 에어컨 등 생활가전은 구세대 반도체 칩 비중이 높고 이를 만드는 회사도 많아 상대적으로 칩 부족 현상이 빨리 해소될 것”이라면서 “자동차는 내년 중반까지 문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소비재 전자제품에서 차량용 칩으로 생산을 돌릴 경제적 유인이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도 최근 전망자료를 통해 △중국의 공격적인 반도체 재고 확보 △여러 업종의 반도체 확보경쟁 심화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 등으로 반도체 수급차질 사안이 연내 해소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반도체 소요량이 일반 내연기관차 대비 최대 5배 많은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부족현상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 위기도 가중되고 있다. 현대차 아산공장 모습. 사진/현대차
반도체 부족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업계 위기도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005380)는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아이오닉5는 지난 4월19일 출시된 이후 4월 114대, 5월 1919대 출고에 그쳤다. 현대차는 반도체 재고부족으로 인해 아이오닉5 계약고객에게 디지털 사이드 미러, 후석 승객알림 옵션을 선택하지 않으면 빠른 출고를 보장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트위터에 칩 부족 사태를 화장지 사재기 현상에 비유했다. 머스크 CEO는 “이런 반도체 부족사태는 예전에 본 적이 없다”면서 “칩 부족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동차 업체들이 초과 주문을 하고 있으며, 엄청난 규모의 화장지 부족 현상과도 같다”고 표현했다.
닛산도 전기 SUV ‘아리야’ 출시를 당초 계획보다 연기했다. 당초 일본에는 올 여름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겨울로 미뤄졌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시장 출시 시점도 2개월이 지연되면서 내년으로 밀렸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올해 전세계 자동차 생산량은 약 400만대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차량용 반도체 생산업체인 NXP와 인피니언 등은 칩 가격을 10~20% 인상하면서 자동차 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악의 반도체 수급난에서는 벗어났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부족현상은 연내 해결되기는 어렵지만 5~6월 보릿고개만 넘기면 상황이 다소 나아질 것”이라면서 “현재 생산차질이 지속되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기 때문에 앞으로 자동차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