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 첫 EP…팝으로 탈바꿈한 종묘제례악
2021-06-08 10:41:09 2021-06-08 10:41:09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제사 음악이던 종묘제례악과 풍류 음악이던 남창가곡의 선율과 가사는 앰비언트와 테크노로 재해석돼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얼트 일렉트로닉(ALT Electronic) 듀오 '해파리'(HAEPAARY)는 최근 첫 EP '본 바이 고저스니스(Born by Gorgeousness)'를 내놨다. 
 
해파리는 현대무용의 음악감독 겸 프로듀서로 활동한 혜원(인스트루먼트)과 공연예술 작가 겸 현대음악 싱어로 활동하는 민희(보컬)로 구성된 듀오다. 유년기부터 한국전통음악 연주자로 활동해왔으며 올해 1월 싱글 '소무-독경', 3월 '철변두-송신'을 발표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이들의 음악은 비대면으로 세계에 닿고 있다. 지난해 남산국악당에서 종묘제례악의 제사문화와 남창가곡을 여성의 관점에서 해석한 온라인 공연 '남창가곡'으로 주목받았다.
 
올해 3월에는 온라인으로 전환돼 개최된 세계 최대 음악 마켓 SXSW(South by Southwest) 쇼케이스에 참여했다. 
 
타이니 데스크로 유명한 NPR의 프로그램 ‘All Songs Considered’가 선정한 2021년 SXSW기대주 11팀에 선정됐으며 6월 2~4일 스페인 프리마베라 사운드 페스티벌의 쇼케이스&컨퍼런스 이벤트 ‘프리마베라 프로(Primavera Pro)’에 한국 대표 아티스트로 수민과 함께 선정됐다.
 
Haepaary. 사진/ⓒ플립드코인뮤직
 
이번 첫 EP는 조선 왕실 사당인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 쓰던 음악·춤인 '종묘제례악'을, 앰비언트와 테크노로 재해석한 '청취용 팝'이다.
 
타이틀곡 '귀인-형가'는 강렬한 베이스로 출발해 음악이 끝나는 순간까지 묘한 긴장감을 쌓아간다. 종묘제례악 원형의 태도를 따르는 동시에 전복한다.
 
첫 번째 트랙 '진찬'은 제사 과정 중 제물을 올리는 순서의 음악이다. 10박 패턴 비트와 노래 호흡이 인상적이다. 세 번째 트랙 '희문'은 종묘제례 의식의 첫 곡이다. 제례 절차 속 의미보다 '빛나는 문장들'이라는 희문 자체의 의미에 방점을 찍어 사운드 풍경을 변화시켰다.
 
네 번째 트랙 '소무-독경'은 해파리의 두 멤버 혜원과 민희가 약적과 간척을 들고 일무(佾舞) 퍼포먼스를 하는 것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곡 작업을 했다. 춤은 곧 음악이라는 두 사람의 태도가 반영된 음악이다. 마지막 트랙 '철변두-송신'은 제사상을 정리하고 조상을 떠나보내는 절차의 음악이다. 
 
해파리는 최근 번째 네이버 온스테이지에 선정돼 EP에 수록된 타이틀곡 '귀인-형가' 등을 공개했다. 종묘제례악 '일무'에 영감을 받아 정주령이 안무를 하고 4명의 여자 무용수가 나무검을 들고 춤을 추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국립극장 우리 음악 축제 '여우락 페스티벌'에도 초청됐다. 오는 7월 17~18일 대면 단독 공연 '딥 시 크리처스(Deep Sea Creatures)'를 펼친다. EP 앨범에 수록된 트랙과 10월 발표할 정규 앨범에 수록될 곡들을 공개한다. 시각예술팀 '고스트 샷건(ghost shotgun)(람한·박혜인), 3D 모델링 아트에 .pic(노상호·전현수)가 협업한다.
 
해파리 첫 EP '본 바이 고저스니스(Born by Gorgeousness)'. 사진/ⓒ플립드코인뮤직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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