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vs조선사, 후판 가격 두고 또 '줄다리기'
주요 업체들, 이달 중 하반기 가격 협상 돌입
정부, 생산량 늘리지만…"원자잿값 상승으로 인상 불가피"
2021-06-10 05:58:21 2021-06-10 05:58:21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철강사와 조선사가 후판 가격을 두고 또 한번 팽팽한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철광석값 상승과 후판 수요 증가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생산량 확대에 나선 점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 철강사와 조선사들은 후판 가격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 철판으로 선박을 만들 때 주로 쓰인다. 후판 가격 협상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국내 조선 3사의 경우 통상 상반기와 하반기 두번에 걸쳐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후판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반기 가격의 경우 톤(t)당 10만원 안팎 인상으로 협상을 마무리한 바 있다. 철강사들은 조선사들의 수주 부진을 고려해 지난해까진 4년간 후판 가격을 동결해왔다.
 
올해 들어 후판 가격은 다른 강재와 마찬가지로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후판 국내 유통 가격은 톤당 130만원 수준으로 1년 전보다 100% 올랐다. 수입 가격 또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8.2% 오른 127만원이다.
 
선박 건조에 쓰이는 후판. 사진/현대제철
 
후판 가격이 이처럼 가파르게 오른 건 원자재인 철광석값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주(4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톤당 207.01달러로, 전년 같은 날(100.59달러)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철광석 가격은 올해 들어 100달러 중반대 이상의 고점을 꾸준히 유지 중이다. 지난달 12일에는 237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후 중국 정부가 원자재 투기와 사재기 단속에 나서면서 한때 190달러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평소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 가운데 조선사들이 올 초부터 연이어 수주를 따내면서 후판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112억달러 수주액을 달성하며 올해 연간 목표 149억달러의 75%를 이미 달성했고 삼성중공업도 연간 목표의 65%를 채웠다.
 
대형사 외에 중형 조선사들도 수주를 회복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중형 조선사들이 수주한 선박은 18척이었는데, 올해에는 대선조선에서만 이미 21척 수주에 성공했다. 해운업 호황에 따라 대형사를 중심으로 조선사들은 현재 2년 치 일감을 안정적으로 확보했으며, 이에 따라 후판을 안정적으로 수급하는 게 중요한 상황이다.
 
철강 제품 가격 상승으로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자 정부도 조정에 나섰다. 후판의 경우 2분기 생산량을 전 분기 대비 7.8%(약 16만6000톤)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원자잿값이 폭등하면서 철강사들이 후판 가격을 동결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의 경우 수주는 늘었지만 아직 수익성을 회복하진 못했기 때문에 너무 가파른 가격 상승은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후판이 선박 건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가량으로, 1% 오르면 조선사의 영업이익은 2%가량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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