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대란' 건설업 숨통 틔운다…"국내 생산 높이고 정책자금 융자"
2분기 철근생산량, 1분기보다 50만톤 늘려
수출 자제, 국내 공급 물량 확대에 방점
공사지연·공사원가 상승 등 공사계약에 반영
유동성 부족 건설업체에 정책자금 융자
2021-06-09 13:30:00 2021-06-09 13:59:57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가 철근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2분기 철근생산량을 228만톤에서 279만톤으로 끌어올린다. 특히 철강 수출을 자제하고 수출 물량의 내수 전환을 통해 국내 공급 물량을 확대키로 했다.
 
또 철근수급 불안에 따른 공사지연, 공사원가 상승 등이 공사계약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발주청의 지도와 감독에도 고삐를 죈다. 유동성 부족으로 철근구매가 곤란한 건설업체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정책자금(중기진흥공단) 융자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정부는 9일 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철근가격 급등·수급 관련 건설업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정부에 따르면 최근 전세계 철강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미국 내 열연강판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216% 급등했다. 유럽연합은 199% 오른 상황이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침체했던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철강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이 환경 규제와 수출 억제 정책을 동시에 시행하면서 철근 수출 물량을 줄인 요인이 크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의 생산 회복도 지연되면서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의 경우 5월 기준 철근 도매가격은 톤당 66만원에서 93만원으로 전년동월보다 41% 상승했다. 유통가격은 톤당 65만원에서 120만원으로 85% 올랐다.
 
특히 전국 369개 공공공사 현장은 철근을 구하지 못해 평균 40일 가량의 공기 지연(예기치 못한 환경으로 공사가 실행되지 않는 기간을 의미)이 발생하고 있다. 철근 자재비는 전체 공사비의 약 3%를 차지하는 등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전체 공사비 역시 2% 내외로 추가 상승할 전망이다.
 
이는 결국 중소건설사의 자재비 부담 증가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중소건설사는 대형건설사와 달리 철강사와 직거래를 할 수 없어 도매가보다 30% 이상 비싼 소매가에 자재를 구매하는 구조다.
 
여기에 올해는 시멘트, 목재 등 나머지 건설자재와 평균 인건비마저 상승해 건설사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 2019년 21만원이었던 일평균 임금은 올해 23만1000원까지 올랐다.
 
또 공사기간이 늘면서 현장관리 비용 증가와 지체상금 발생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같은 공사 지연이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건설업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수급조절을 위해 철강 공급확대 및 철근 유통시장 안정을 적극 추진한다. 아울러 공기 연장 등을 통해 건설업계 부담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먼저 철근 공급량을 늘린다. 이를 위해 국내 철강사의 가용 생산설비를 최대 가동한다. 이에 따라 2분기 철근생산량은 총 279만톤으로 1분기(228만톤) 대비 약 50만톤 증가할 전망이다. 
 
또 국내 철강사들에 수출을 자제하고, 수출 물량의 내수 전환을 통해 국내 공급 물량이 늘어나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올해 1월∼4월 철근 수출은 총 1만2000톤으로 전년동기 대비 69% 감소했다. 
 
이외에 수입·통관에서는 24시간 통관 지원, 수입 검사 최소화 등 수급안정 시까지 신속통관을 지원한다.
 
공공공사 분야의 계약을 조정한다. 철근 수급 불안에 따른 공사지연, 공사원가 상승 등이 공사계약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발주청이 지도·감독에 나서고, 공기연장, 지체상금 면제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도 전달한다. 민간 분야는 건설단체 등을 통해 공공공사와 같이 공기연장 등의 조치가 가능토록 표준도급계약서 규정을 안내한다.
 
유동성이 부족한 건설업체를 중소기업 정책자금 융자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중소건설사의 철근 구매 수요를 파악하는 등 공동구매를 지원한다.
 
정부는 철근 유통시장 점검에도 나설 예정이다. 관급철강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계약 단가를 인상하고, 우선순위가 높은 공공 건설현장부터 공급을 추진한다. 또 관계부처 합동으로 철강 유통 현황 실태 점검을 진행해 매점매석, 담합 등 비정상적 유통 상황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다.
 
이날 홍 부총리는 "올해 2분기 철근 생산량은 1분기 대비 약 50만톤 증가할 전망"이라며 "매주 관계부처 합동 실태 점검을 통해 매점매석은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철근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철근 가격 급등 대응 방안'을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사진은 세종시 어진동 건축 토목 공사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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