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정부가 도쿄올림픽 참가 의지를 나타내면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이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주요 정상의 지지 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한국의 올림픽 참가 의지가 유화적 메시지로 읽힐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사를 보이고 있어 접점이 마련될 지 주목된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G7 정상회의는 11일부터 오는 13일까지 2박3일간 일정이다. 미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기존 G7 회원국 외에 한국과 호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초청국으로 참여한다. G7 정상회의의 최대 관심사는 한미일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다. 현재까지는 한미일 3국의 회담 개최에 대해 가능성만 열어놓고 있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는 사전에 한일 정상회담을 조율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굳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회담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만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G7 정상회의에서 무엇보다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한 다른 정상들의 확고한 지지를 끌어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정부의 올림픽 참가 의지가 한일 정상 만남의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정부는 일본의 독도 표시 문제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이 7월 올림픽 개막을 맞아 일본을 방문할 것이라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만약 정상회담이 어려운 경우는 김부겸 국무총리를 파견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복수의 한일 양국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도쿄올림픽을 통해 한일 정상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최근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G7 회의는 코로나 이후 중단된 다자 정상회의가 재개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주요국과 활발한 양자 정상외교를 펼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며 회담 성사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고 이수현씨를 처음 언급한 것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유화적 메시지로 볼 수 있다.
한일 정상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정식 회담이 아닌 '풀 어사이드'(pull aside) 형태의 비공식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G7 외교·개발장관회의에서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마치고 20분간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대면했었던 것처럼 한일 정상 간 약식 회담이 이뤄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도 한일 정상의 비공식 만남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스탠딩 미팅 같은 것은 있을 수 있고, 그런대로 접촉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이슈를 놓고 사전 조율된 회담을 할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없다. 짧은 만남에서 (한일 정상이) 중요한 결정을 주고 받기에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이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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