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위안부 할머니들이 신청한 재산명시를 법원이 받아들였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1단독 남성우 판사는 지난 9일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재산명시 신청에 대해 "채무자는 재산 상태를 명시한 재산 목록을 재산 명시 기일에 제출하라"고 결정했다.
재산명시 신청은 채무자 자신이 재산 내역을 밝혀 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다.
남 판사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일본 정부의 행위는 국가면제의 예외에 해당해 강제집행 신청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강제동원 노동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소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대법원판결이 있었고, 채권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 성격을 강제동원 노동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과 달리 볼 수 없으므로 채권자들이 손해배상청구권은 소구할 수 없거나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없는 권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따라서 채권자들의 강제집행 신청이 비엔나협약 27조 전단에 반하는 것으로도 볼 수 없다"며 "2015년 12월28일자 위안부 합의는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정부 간 합의에 불과해 조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비엔나협약의 위반 여부와는 더욱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가에 의해 자행된 살인, 강간, 고문 등과 같은 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 행위에 대해 국가면제를 인정하게 되면 국제사회의 공동의 이익이 위협받게 되고, 오히려 국가 간 우호 관계를 해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일본 정부의 행위는 국가면제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정곤)는 지난 1월8일 배 할머니 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본 정부가 원고에게 각각 1억원씩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후 일본 정부가 항소하지 않아 배 할머니 등의 승소가 확정됐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패소하고도 대응하지 않자 배 할머니 등은 손해배상의 강제집행을 위해 지난 4월 법원에 일본 정부의 재산을 공개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4월21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88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전 정의기억연대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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