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일본 도쿄도가 도쿄의 옛 쓰키치 어시장에 설치한 코로나19 백신 임시 대량 접종소에 경찰관과 소방관들이 모더나 백신 접종을 위해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제약 강국이자 다음달 제32회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일본에서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는 초기 예산과 해외 백신 확보 물량에서 원인을 찾는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에선 4개 기업이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개발 업체로 알려진 곳은 시오노기제약, 안제스, 다이이찌산쿄, KM바이오로직스 등이며 1상 또는 2상이 진행 중이라고 알려졌다.
일본은 세계 50대 제약바이오 기업에 8개 업체나 포함된 제약 강국이다. 다케다제약 등 몇몇 기업은 세계시장에서도 백신 명가로 분류된다.
유명세와는 달리 일본 기업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은 구체적으로 전해진 바가 없다. 국내와 달리 임상 3상 개시 또는 상용화 시점 등 대략적인 계획도 수립되지 않았다. 전통 백신 명가를 보유한 데다 다음달 23일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을 앞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자체 백신 개발이 지연된 이유로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소극적이었던 투자가 지목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본 정부가 백신 개발에 투입한 예산은 100억엔(약 1010억원)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해 각각 490억원의 예산 투자가 있었다. 대신 한국 정부는 올해 들어 지원액을 늘렸다. 기업별 백신 개발 및 임상을 위한 지원금을 합하면 1000억원가량이다.
국내 한 백신 개발 업체 관계자는 "일본은 전통적으로 백신에서 강세를 보이는 기업이 많은 국가지만 코로나19 확산 초기 백신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로 투자에 소극적이었다"라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자체 개발보다 해외 백신 확보로 노선을 택했다고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자체 개발보다 해외 백신 확보에 중점을 두면서 지금은 다른 나라에 지원할 정도로 비축량이 많다.
자국민 접종에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주료 활용하는 모양새다. 일본이 두 회사와 계약한 물량은 각각 9700만명분, 2500만명분으로 접종 대상인 16세 이상 인구보다 많다. 아스트라제네카와는 6000만명분을 계약했는데, 접종에서 배제되면서 대만, 베트남 등 해외 지원용으로 쓰이고 있다.
화이자, 모더나 백신을 중심으로 한 접종률은 당초 예상보다 느리고 올라가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일본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지난 14일 기준 약 15%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은 20%를 넘겼다. 일본 정부가 선제적으로 해외 백신을 도입한 점을 감안하면 다소 낮은 접종률이다.
전문가는 일본의 백신 확보 물량은 충분하지만 체계화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생각보다 늦은 접종 추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선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예약하려면 지자체 코드 등의 정보를 입력하고 접종권을 받아야 한다. 접종권은 온라인이 아닌 우편 발송이 원칙이다. 이 때문에 접종권이 발송되지 않은 일부 지역에선 제때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도 발생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일본은 화이자 모더나 백신 물량이 충분하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남아서 해외에도 제공할 정도"라면서도 "관료주의의 영향으로 실제 접종이 이뤄지기까지 과정에서 여러 한계가 있어 접종률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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