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성사된 한미일 외교당국의 오는 21일 북핵 수석대표 간 3자 협의가 북미 대화 재개의 물꼬를 트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을 향해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둔 메시지를 내놓은 직후 한미일 외교당국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20일 외교부에 따르면 성 김 대표는 21일 서울에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북한과 대화 재개를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어 같은 기간 방한하는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함께 한미일 3자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3국의 북핵 수석대표들이 대면으로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일 외교당국이 오는 21일 북핵 수석대표 간 3자 협의를 진행한다. 사진은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한미, 한미일 협의에서는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해야 한다"고 언급한 김정은 위원장의 대미 정책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17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우리 국가의 존엄과 자주적인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과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전날 전원회의 분석자료를 통해 김 위원장이 '대화 준비'를 직접 언급한 것에 주목하면서 이전보다 유연한 메시지를 발신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대남, 대미 후속 조치를 예의주시하면서 남북·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들은 김 위원장의 발언을 중심으로 전원회의 결과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북한에 대화 복귀를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성 김 대표가 내놓을 대북 메시지가 관심이다.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역할을 한 성 김 대표가 취임 한 달만에 한미일 협의 등 공개 행보에 나서면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긍정의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성 김 대표가 한미 정상회담의 후속조치 차원에서 방한했는데 거기에 걸맞은 대북 메시지를 낼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대화를 이야기했고, 성 김 대표의 방한을 통해서 한미, 한미일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재확인하면서 화담을 한다면 (북미) 대화의 속도를 내는 데 긍정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성 김 대표가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낼 유인책으로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미국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제재 완화' 등 구체적인 협상안을 제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8월 한미연합훈련 축소 여부에 대한 조율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미일이 만나서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강화하기에는 너무 시기상조"라며 "(북한에 대한 유인책은) 한미일 간에 8월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한다든지 그런 정도 수준의 조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인책에) 근접한, 유용한 카드 같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를 열었다고 16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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