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현직 검사와 경찰, 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줬다고 폭로한 '수산업자' 김모씨가 자신의 사기죄 재판에서 휴대폰 압수수색이 위법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사기와 협박 혐의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은 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는 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의 3차 공판을 진행했다.
김씨의 변호인은 "휴대폰 압수의 경우 현장에서 동의해야 하고 전자적 복제 등에 변호인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압수수색을) 완료한 뒤에는 다시 줘야 하고, 필요 없는 전자정보는 삭제해 반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기록에 의하면 경찰은 2021년 3월 압수수색 현장에서 피고인 휴대전화를 동의하지 않은 상태로 반출했다"며 "압수목록을 작성해 피고인에게 교부하지도 않았고, 압수목록에 포함되지 않는 전자정보를 삭제·폐기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변호인은 이렇게 수집된 증거에 대해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위법수집증거 원칙에 따라 증거능력이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의견이 의미 있다면서도, 여태까지 공소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100억원대 사기 혐의는 인정하지만 협박·공갈은 부인하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구체적인 입장이 지금 몇 기일 진행됐지만 밝혀지지 않았다"며 "증거에 대한 적법성에 관한 이의제기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인 공소사실과 이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을 시작할 때도 "(김씨가) 사기에 있어서는 인정하는 입장이지만 범행 종류라든가 피해 금액, 그밖에 양형에서도 크게 미칠 수 있는 사정에 대한 주장은 없다"며 "의견서나 변론 요지서에도 제대로 나와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019년 6월 경북 포항에서 김무성 전 의원의 형을 만나 선박 운용과 선동오징어 사업 등에 투자하라고 속여 34차례에 걸쳐 86억49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 등을 받는다. 김 의원의 형을 포함한 사기 피해액은 총 116억2460만원이다.
김씨는 자신을 1000억원대 유산 상속으로 어선과 빌라, 고급 외제차를 가진 재력가로 포장해 피해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기 범행이 발각된 후에는 돈을 돌려달라는 투자자를 가만두지 않겠다며 협박한 혐의도 있다.
앞서 김씨는 교도소 수감 시절 기자 출신 정치인 송모씨와 만나 유력 인사들과 인맥을 쌓고 대규모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의 금품 살포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변인이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현직 검사와 방송사 앵커, 포항 지역 경찰서장 등을 수사하고 있다.
박지원 국정원장과 박영수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는 김씨로부터 선물 받은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박 특검은 7일 사의를 밝혔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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