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코스프레" 발언 서울대 학생처장, 결국 사의
"외부 세력도 물러나라…이분법 벗어나 상생 싹 트길 바라"
2021-07-12 14:20:02 2021-07-12 14:40:28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대 청소 노동자 사망 후 학교에 쏟아지는 '갑질 비판'을 두고 "피해자 코스프레"라고 말했던 구민교 학생처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구 처장은 12일 오후 페이스북 계정으로 "오늘 서울대학교 학생처장직에서 물러났다"면서 "외부에 계신 분들도 저와 같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달라"고 촉구했다.
 
구 처장은 "노동 환경을 둘러싼 뿌리 깊은 학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는 물론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절실한 노력을 했는지 반성해본다"며 "절실함의 부재는 외부 정치 세력이 학내 문제에 개입하고 간섭할 수 있는 빌미를 주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이 던진 강자와 약자,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 그리고 흑백 진영논리에 부지불식간 포획돼 우리는 더욱 표류해왔다"면서 "최근 며칠 사이 이들의 거친 말에 저도 거친 말로 대응했다. 그런데 제가 던진 날카로운 말은 더 가시 돋친 말이 되어 돌아왔고 또 다른 갈등의 골이 생겼다"고 사의 이유를 설명했다.
 
구 처장은 또 "사회 전체를 억누르는 이 질식할 것만 같은 이분법 구도에서 벗어나 상생의 싹이 트기를 바란다"며 "조만간 이뤄질 서울대의 공정한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제도 개선을 이루는 데 모두의 노력을 모아주시기를 호소한다. 서로의 아픔과 고통을 들쑤시기보다는 감싸 안아 주는 것이 고인의 뜻이기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대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사의 수용 여부는 내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행정대학원 교수이기도 한 구 처장은 지난 9일 게시한 페이스북 글에서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게 역겹다”는 내용으로 청소 노동자에 대한 학교의 갑질 의혹에 반박한 바 있다. 이후 논란이 되자 글을 비공개했다.
 
지난 7일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원들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관련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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