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꺼낸 국토보유세 카드를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졌지만, 오히려 이는 이 지사의 이슈몰이 방법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과 각계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토보유세와 증세가 연일 언급될수록 4차 산업혁명 대비와 부동산 불로소득 근절 이슈를 선점하게 되고, '이재명=해결사'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25일 정치권에선 이 지사가 발표한 기본소득 지급 공약을 놓고 사흘째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22일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정부 임기 중에 청년 1인당 연 100만원, 전국민에게 1인당 연 100만원을 지급하겠다"라며 기본소득 지급을 공약한 바 있다. 기본소득인 열쇠인 재원마련에 대해선 토지공개념에 근거, 땅을 가진 자에게 세금을 걷는 '기본소득토지세(국토보유세)' 신설을 주장했다.
기본소득 공약의 핵심은 결국 국토보유세다. 이재명캠프에선 국토보유세가 이 지사의 정치철학을 가장 잘 드러낸 의제라는 입장이다. 국토보유세는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부동산투기까지 차단할 수 있는 묘수라는 말이다. 이 지사는 첫 대선 도전인 2017년 1월부터 국토보유세 도입을 공약했다. 당시 그는 "우리나라 부동산은 소수가 다 가지고 있는데, 국토보유세를 15조원 정도 걷어 기본소득으로 지급하자"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경기도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도 "우리나라 부동산 불로소득은 국내총생산(GDP)의 22%"라며 "공동 자산인 토지에서 생겨난 불로소득을 환수, 구성원 모두가 고루 누리게 해야 한다"고 했다.
22일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본소득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토지 보유로 인해 차익이 생긴 것도 아닌데 단지 땅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을 매길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증세의 사회적 합의 문제도 있다. '세금폭탄'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야권은 물론 민주당 후보들조차 국토보유세를 두고 "조세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고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정세균 전 총리)이라거나 "그 예산으로 지방에 서울대 수준의 대학을 4개 더 만들겠다"(김두관 의원)라며 반대를 표명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만 지난 23일 불로소득에 대한 공정과세와 지대개혁을 공약하면서 이 지사에 동조했다.
추가적인 논쟁의 대목도 많다. 우선 이 지사는 국토보유세 신설과 탄소세 부과, 재정개혁을 병행하겠다고 제안했다. 다양한 재원방안을 통해 제도를 안착시키겠다는 취지지만, 증세를 피하려는 꼼수라는 비판도 있다. 차기 정부에서 국토보유세를 도입키로 했으나 구체적 실행안은 밝히지 않았다. 경기도청 등에 따르면 지방세법에 국토보유세를 신설, 세율·용도·시행 등을 각 광역자치단체장에게 위임하는 방식도 검토 중이다.
갑론을박에도 불구하고 국토보유세 카드를 꺼낸 건 이 지사가 해결사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도 있다. 이 지사의 정책 설계 과정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처음 국토보유세를 고안할 때도 '이거 미친 거 아니냐'며 내부에서 수군댈 정도였다"면서 "정면돌파 이슈를 제기하고 여론을 주목시키는 과정을 통해 이슈를 선점하고 해결사로 부각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캠프에 따르면 이 지사는 지난 24일 지지조직인 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와의 화상회의에서도 "기본소득은 기본적으로 증세를 해야 가능하다"면서 "우리는 증세에 대한 부담을 짊어지고서라도 기본소득을 도입하겠다"라며 논란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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