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후판 가격이 급등하면서 조선업계 실적 개선이 난항이다. 조선사는 인상된 후판 가격을 선가에 적극 반영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지만 올해 안에 흑자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후판 가격 인상이 예상되자 조선사들은 2분기 실적에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을 반영하고 있다. 후판은 선박 건조에 쓰이는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철강사들은 상반기에도 후판 가격을 톤(t)당 10만원가량 인상했는데 하반기에도 올린다는 방침이다. 인상 수준은 기존보다 톤당 15만~20만원 비싼 100만~115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선박 건조 비용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다.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후판 가격은 연초 대비 60%가량 뛴 상황이다.
국내 1위 조선사
한국조선해양(009540)은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강재 가격 인상으로 2분기 896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897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손실의 대부분이 충당금인 것이다.
선박 건조에 쓰이는 후판. 사진/현대제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2분기 1377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이는 충당금 반영 전인 한 달 전 예상치 741억원보다 2배 가까이 급증한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 또한 2분기 583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한 달 전에는 41억원의 적자가 예상됐는데 무려 10배 불어난 것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실적이 이런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한국조선해양 2분기 실적 또한 시장 예상치보다 낮았다. 삼성중공업은 오는 30일, 대우조선해양은 내달 초께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선사들이 하반기 후판 가격 상승에 따른 손실을 2분기에 일찌감치 반영한 건 원자재 가격을 빠르게 반영해 선가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올해 세운 수주 목표는 상당 부분 달성했기 때문에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영업 전략인 셈이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10여 년간 업황 악화로 조선소의 퇴출이 이어지면서 공급은 감소했다"며 "당분간 공급 측면에서 신규 진입자 출현 가능성은 희박해 재료비 인상을 신조선가에 전가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사들이 원자재 가격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 실제 선가는 지속해서 오르는 추세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지수는 지난 16일 기준 141.16을 기록했다. 이는 조선업계 호황기였던 2013~2014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다만 선가 상승에도 조선사들의 흑자 전환은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3958억원의 영업손실로 연간 적자가 예상되며 삼성중공업도 7567억원 영업손실이 관측된다. 대우조선해양 또한 1871억원의 연간 적자를 낼 전망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