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네이버가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고개를 숙였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직원 A씨가 사망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네이버는 모든 지적을 경청하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그럼에도 '직장 내 괴롭힘'과 임금체불, 주52시간 위반 사례가 적발된 네이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이번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던 네이버 노조는 노동자들의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위한 개선 방안을 회사 측에 보다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네이버(
NAVER(035420))는 27일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에 대해 "고인과 유가족분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네이버의 일원으로 자부심을 갖고 있던 임직원분들에게도 상처를 남긴 것에 큰 책임을 통감한다"고도 덧붙였다.
네이버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네이버가 지난 22년간 지속적 성장을 일궈낼 수 있었던 중요한 원동력은 뛰어난 인재들이 책임감을 갖고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었던 문화"라면서도 "이번 특별근로감독 등을 계기로 그 동안 놓치고 있었던 부분들이 많았음을 확인하게 됐다"고 자성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이와 관련된 지적은 경청하고 향후 개선에 충분히 고려하겠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체적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도 △네이버 경영진이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서도 조사 진행이나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 △특별근로감독 결과가 회사 내 자율적 생활 부분 등 네이버만의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 등에 대해서는 "조금 더 설명드릴 부분이 있어 향후 예정된 조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해명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보다 심도 깊고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사실과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적극적으로 회사 측의 입장을 설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네이버를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네이버 노조가 지난 6월7일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한지 약 한 달 반 만에 실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사 결과, 사망한 노동자 A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점이 확인됐다. 주로 지속적인 폭언과 모욕적 언행을 겪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되는 등의 괴롭힘이 있었다. 이 외에 전현직 직원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의 임금을 체불하고 임신 중인 여성에게 일을 시키는 등 노동법 위반 사항이 다수 발견됐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지난달 28일 네이버 본사 로비에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김진양 기자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은 입장문을 통해 "고용부의 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몹시 크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자체 조사를 진행하면서 파악한 현실을 볼 때 어느 정도 예견된 부분이 있다"며 "그동안 회사의 신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고 노동자들이 보호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일갈했다.
이들은 또 고용노동부의 조사에서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직장 내 괴롭힘 상황을 인지하고도 적극적으로 조치하지 않아 사용자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내용에 대해서 "단순한 도의적 책임이 아닌 직장내 괴롭힘을 막아야 할 실질적 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며 "해당 임원에 대한 징계 수위 제고와 전 계열사 대표직 해임을 원했던 노동조합의 요구가 타당한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고용노동부가 조사 결과를 검찰로 송치한 점을 두고는 "네이버뿐 아니라 IT업계 내에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라며 "노동조합은 철저한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 믿고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국내 최고 IT 기업의 노동 현주소가 낯낯이 공개되자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이날의 조사 결과에 대해 "네이버의 노동 실태는 가히 충격을 넘어 야만적인 수준"이라며 "매년 수조원을 벌어들이는 대기업에서 주52시간 위반과 임금체불이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있었을 줄은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라고 강하게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전 직원 4명 중 1명이 직장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는 것은 사실상 최고경영진이 이를 방치하고 묵인했기에 가능한 것"이라며 "임산부에게까지 초과근무를 시키는 등 기본적 인권조차 무시해온 네이버에 대해 국정감사를 통해 반드시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책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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