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대중매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정치인의 말과 각종 정보가 널리 전파되면서 대중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선입견에 따라 뉴스를 해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코로나19와 백신, 부동산 등 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사고 등에서 쏟아지는 정보 역시 대중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쏟아지는 온갖 정보들을 단순히 전달만 하는 것보다 정보의 진위를 가리는 언론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과 이슈에 관한 팩트체크는 유권자의 판단과 건강한 민주주의 작동에 긍정적 영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뉴스토마토>는 정치인과 공직자, 후보들이 발언한 내용과 사실 여부를 팩트체크, 유권자들이 공적 사안에 대해서 지식을 얻고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편집자주>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는 '현직 프리미엄'과 '홍보비 과다' 논란이 꾸준하다. 민주당 주자 중 유일한 지방자치단체장인 이 지사가 직책과 도비를 이용해 공약을 홍보한다는 문제 제기다.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처럼 직책을 사퇴한 후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 거센 건 이 지사의 현직 프리미엄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 어떤지 잘 보여준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도 9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이 지사가) 기본소득 홍보에 34억원을 썼는데 그런 일이 계속 생긴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라면서 "도정을 뛰어넘는 개인 홍보에 세금이 들어가는 건 다른 문제"라고 꼬집었다.
16일 <뉴스토마토>와 만난 정치권 인사들은 유력 대권주자인 이 지사의 홍보비 논란은 대선 예비후보로서의 행보에 도정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적 인식에서 비롯된 면이 크다는 게 중론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본소득 홍보는 경기도 업무가 아닐까
기본소득 홍보에 돈을 쓴다는 비판은 지난해 10월 경기도가 미국 시사잡지 '타임지' 등에 기본소득을 홍보를 게재하고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기도가 타임지에 기본소득을 홍보하며 쓴 돈은 1억900만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기도는 기본소득 홍보에 돈을 쓴 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기본소득은 민선 7기 경기도의 주요 정책이고, 기본소득을 알리는 건 도정 홍보의 일환이어서다.
경기도 관계자는 "기본소득은 '공정'이라는 도정철학에 기반을 둔 경기도의 주요 정책으로, 기본소득 홍보(기본소득 박람회, 공모전 등)는 도청의 주요 정책을 도민에게 알리고, 경기도가 2019년부터 매년 주최하는 국제 기본소득 박람회의 참여 확대, 인지도 제고 등을 지원하려고 추진한 일상적인 도정 홍보"라고 밝혔다.
4월28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개막식'에서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어 "기본소득 홍보를 위해 별도 편성된 홍보 예산은 없고, 대변인실의 포괄적 도정홍보 예산 등으로 2019년~2021년 3년간 기본소득 홍보를 실시했다"면서 "타임지 등을 통한 해외 홍보는 경기도가 주최하는 국제행사이자 글로벌 유명 석학들이 참여하는 기본소득 박람회를 널리 알리고, 국제 이슈에 부합하는 도청 정책을 세계에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굳이 해외 언론에까지 경기도 정책을 홍보한 것에 대해서는 "경기도가 주도하는 기본소득에 대해선 실제로 해외 언론의 관심과 취재 요청(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통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다수)이 있었다"라면서 "서울시 경우 해외언론 전담부서를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시를 포함한 다른 지방정부도 경기도와 마찬가지로 해외 언론에 홍보를 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국민의힘은 경기도가 해외 언론에 기본소득 광고를 게재하자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혈세'를 언급하며 이 문제를 쟁점으로 삼았다. 하지만 정작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2011년 2월 서울시정을 해외에 홍보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제 임기 중 늘어난 해외홍보 마케팅 예산이 개인 치적 홍보라는 오해가 기정사실처럼 알려졌다"며 "해외홍보 마케팅 예산은 서울 세일즈 비용으로 굉장히 남는 장사"라고 말한 바 있다.
민선 7기 들어 경기도 홍보비 대폭 늘었나
경기도가 기본소득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해외 언론에 광고를 게재한 것으로 드러나자 이 지사가 취임한 민선 7기 이후 경기도 홍보 예산도 대폭 늘어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는 "이 지사 취임 이후 전임 남경필 지사 때와 비교해 정책홍보비가 2배 늘었다"라는 이야기가 공유됐다. 남 지사 임기 마지막 연도의 홍보 예산은 64억원이었으나, 민선 7기 첫해의 예산은 107억이나 돼서다.
경기도는 이런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민선 7기 첫해 홍보 예산이 107억원이니까 남 지사 재임 때 64억원에 비해 60% 이상 오른 건 맞다"면서도 "예산이란 보통 전년에 편성해 이듬해 집행하는 것이라서 107억원 자체는 남 지사 때 편성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민선 7기 홍보 예산을 두 배 가까이 늘린 건 남 지사이며, 민선 7기에서 홍보비는 107억에 비해 126억으로 소폭 상승했다"라고 전했다.
경기도 홍보비 과다한가…다른 시·도는
결국 이번 논란은 경기도의 홍보비가 '과연 어느 정도냐'로 모아진다. 기본소득 홍보가 도정 홍보의 목적에 부합하더라도 과도하게 홍보 예산을 지출하는 건 혈세낭비 지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경기도청과 이재명캠프에 따르면 경기도의 인구 1인당 홍보비는 전국 17개 광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재명캠프 관계자는 "2020년 기준 서울시 홍보 예산 집행은 495억4693만원이고, 경기도는 248억 6499만원"이라며 "인구 숫자로 대비하면 서울시는 1인당 5090원을 집행한 셈이고, 경기도는 1871원을 집행했다"라고 설명했다. 캠프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서울시 인구는 973만명, 공무원 수는 1만1507명, 홍보 인력은 22팀156명이었다. 반면 경기도 인구는 1328만명, 공무원 수는 4325명, 홍보 인력은 18팀135명이었다.
아울러 "시·도의 인구 1인당 평균 홍보비는 3835원으로, 경기도 홍보비(1871원)는 전국 최저 수준"이라며 "1위 광주(8092원), 2위 세종(6274원), 3위 울산(5413원), 4위 서울(5090원)이고, 경기도는 15위"라고 했다. 경기도는 총예산(일반회계+특별회계, 기금은 제외) 대비 홍보비 비율도 0.10%로, 전국 시·도 중 10번째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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