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쟁점법안 단독 회부 파열음…전문가들 "절차적 정당성 지켜야"
법사위 전체회의, 언론중재법·사립학교법·탄소중립법 회부
국민의힘, '입법독재' 강력 반발, 여 25일 본회의 처리 방침
2021-08-24 17:13:19 2021-08-24 17:13:19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쟁점 법안인 언론중재법, 사립학교개정법, 탄소중립법을 법제사법위원회에 단독 회부했다. 이에 국민의힘이 '입법독재'라며 규탄대회로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쟁점 법안인 만큼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 법사위는 24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비롯해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안, 사립학교법 개정안, 국회법 개정안, 종부세법 개정안, 의료법 개정안 등을 논의했다. 당초 이날 11시로 예정된 회의는 오후 2시30분으로 연기됐고 오후 3시를 넘겨 시작했다. 
 
여야는 전체회의 시작부터 언쟁을 벌였다. 국민의힘이 회의실 앞에서 '거대 여당의 입법독재, 의회횡포' 규탄대회를 진행한 것을 두고 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코로나19 상황에 무질서하게 방역수칙을 어거가며 의사표시를 하는 모습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김 의원에게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오늘 상정된 법안들은 문체위, 교육위, 환노위에서 날치기 통과된 법으로 국회법을 명백히 위반한 상태인데 국회법을 어긴 민주당이 방역수칙을 운운하는 게 어불설성"이라며 맞대응했다.
 
야당이 문제를 삼는 것은 문체위 언론중재법, 교육위 사립학교법, 환노위 탄소중립법이다. 다른 법들과 달리 이 쟁점 법안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일사천리로 통과됐다는 지적이다. 안건조정 심사 기간도 90일이 원칙인데 여야 간사 합의없이 안건들이 상정됐다는 비판이다.
 
여당의 속전속결 입법 처리에 각 분야에선 파열음이 났다. 한국교회총연합과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는 사립학교법 강행시 낙선운동과 헌법소원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수술실 CCTV 강제 설치 의무화 법안이 전날 전체회의에 이어 이날 법사위에 상정되자 이정근 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1인 시위를 펼쳤다.
 
하지만 여당은 단독으로라도 쟁점 법안들을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다.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25일 본회의 상정은 변함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쟁점법안인 경우엔 여야 합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 교수는 "쟁점 법안이기 때문에 여야간 충분한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국민의 찬성여론이 높다고 해서 일방적 단독 처리는 절차적 민주주의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는 안건조정위까지 무력화됐는데도 과반수 의석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 역시 "야당과 대화하는 것은 국민과 대화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다수당이라도 소수 야당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며 "여당이 집권당의 책임정치와 야당의 발목잡기를 피하기 위해 강행하는 면도 있는데 대선 앞두고 역풍을 맞지 않게 적절한 선을 지키는 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영 정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자 비극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개헌이나 다당제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은 양당 싸움으로 귀결되는 악순환만 반복된 것을 볼 때 사실상 여야간 대치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설명이다. 
 
박병일 정치평론가는 "여야가 정치가 아닌 대치를 하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라며 "양 당의 적대적 공생관계 구조가 우리 정치의 비극인데 쟁점법의 경우 협상으로 진전을 이루긴 사실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어 "민주당 입장에서는 '야당에게 양보하라고 180석을 국민들이 허락한 게 아니다'라는 판단일 것이고, 국민의힘은 여당에 끌려다니는 순간 존재 이유가 없어져 힘과 힘이 계속 부딪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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