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환경 규제 강화로 선박 연료가 암모니아, 수소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메탄올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이 이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가운데 최근 수주도 이어지면서 관련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진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메탄올 추진선 수는 20척 수준이다. 아직 우리나라 국적의 메탄올 추진선은 없지만 지난 6월 한국선급이 관련 검사 기준을 마련하면서 조만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선급은 선박 검사와 관련한 정부 업무를 대행하는 사단법인이다.
메탄올은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물질로, 기존 선박 연료보다 황산화물(SOx)은 99%, 질소산화물(NOx)은 80%, 온실가스는 최대 25%까지 줄일 수 있다.
그동안은 생산단가가 높고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많아 선박용 연료로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주원료인 천연가스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생산단가가 낮아지고 질소산화물을 절감하는 연료분사기술이 개발되면서 차세대 선박 연료로 주목받게 됐다.
최근 선박 연료로 주목받는 액화천연가스(LNG)보다 저장과 운반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 LNG는 높은 압력과 영하 162도의 극저온을 견디는 탱크가 필요하지만 메탄올은 대기압과 상온에서도 보관할 수 있다. 연료 공급 또한 항만의 기존 연료설비를 개조해 활용할 수 있어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도 있다.
현대미포조선이 2019년 건조한 메탄올 추진 PC선(5만톤급). 사진/한국조선해양
무엇보다 바다에 유출되더라도 물에 빠르게 녹아 해양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향후 신재생에너지나 생물 연료인 바이오매스를 통해 메탄올을 생산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제로(0)'에도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선박엔진 제조사인 독일 만에너지솔루션은 10년 후 메탄올 엔진이 대세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만에너지솔루션의 토마스 한센 프로모션 책임자와 켈트 아보 신기술담당 매니저는 "2030년 새로 발주되는 선박의 최대 60%가 이중추진 엔진 시스템을 탑재하며 이들이 사용하는 연료는 메탄올이 가장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사 중에서는
한국조선해양(009540)이 메탄올 선박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자회사 현대미포조선은 2016년 메탄올 추진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2척을 인도했다. 이는 세계 첫 메탄올 추진선이다. 현재는 국적선박 1척과 외국국적 선박 7척을 건조 중이다. 전날에도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로부터 1만6000TEU급(6m 길이 컨테이너) 초대형 메탄올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1조6474억원이다. 이 규모의 선박에 메탄올 추진 엔진이 탑재되는 건 처음이다.
국제해사기구(IMO)가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메탄올 선박은 더욱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머스크는 2023년부터 탄소중립 컨테이너선을 운항해 탈탄소화 목표를 7년 앞당가기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LNG 연료를 채택하는 방안을 건너뛰고 대체연료 시범 프로젝트로 메탄올 추진선을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천강우 한국선급 박사는 "메탄올 추진 선박이 현재 많이 나와 있진 않아서 아직 경쟁이 치열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LNG 추진선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품질은 우리나라가 가장 앞섰기 때문에 메탄올 선박 또한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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