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북한 문제를 비롯한 미국의 대외정책의 우선순위에 영향을 미치면서 북미 대화 재개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당분간 아프간 문제 수습에 집중하면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적대세력에 대해 더욱 단호한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무력 도발을 감행할 경우 미국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이 아프간 카불 공항 테러에 대한 보복을 시사했던 미국이 아프간 내 IS 기지를 공습하면서 카불에서는 며칠 내 추가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프간 사태가 더욱 악화되면서 북한 대화 재개에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인근에서 벌어진 자살폭탄테러와 관련해 아프간 상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는 미군 철수로 인해 현 아프간 사태를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악화된 국내 여론을 감안해서라도 당분간 아프간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미국이 자국에게 반발하는 적대세력에게는 더욱 단호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북한 문제도 당분간 현 정세 유지에 중점을 두고, 혹시 모를 북한의 무력 도발에는 강하게 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도 미국이 아프간 사태 수습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무력 도발에 나서게 된다면 그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미국에게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아프간 사태에 따른 동맹국과 우호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북한에 더욱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은 현재 한미연합훈련 종료 이후에도 여전히 남북 통신연락선 정기통화에 응하지 않으며 내부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국 북한의 대응은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방미 일정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에 따르면 노 본부장은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초청으로 이날부터 내달 1일까지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다. 노 본부장은 성김 대표와 지난 23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했는데, 일주일 만에 태평양 건너 워싱턴에서 마주 앉는 셈이다.
노 본부장은 미국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 등의 인사를 만날 예정이다. 한미연합훈련 종료 이후 한반도 정세를 평가하고, 북한과 대화 재개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측과 대북 인도적 지원 필요성의 공감대를 이룬 만큼, 구체적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한미는 보건과 방역, 식수, 위생 등에 대한 대북 인도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노규덕 본부장과 성 김 대표 모두 북미, 남북 분위기 조성에 있어서 상당 부분 북한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양 교수는 "현재 미국의 미중 갈등, IS 사건 등을 봤을 때 노 본부장의 방미에서 구체적으로 (대북 협력 방안) 이행까지 한미 간에 합의하는 것은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3일 서울 중구 호텔 더 플라자에서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마치고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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