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아프가니스탄의 한국 대사관과 병원 등에서 한국 정부를 도왔던 아프간인 조력자와 그 가족 378명이 2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진단검사 등 방역 절차를 거쳐 충북 진천의 임시 숙소로 이동해 머무를 전망이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첫 군 수송기에 탑승한 아프간 인사는 우리 측 지원 하에 아프간 현지를 출발한 국내 이송 대상자 총 390여명 가운데 이슬라마바드 현지 사정으로 동 수송기에 미처 탑승하지 못한 10여명을 제외한 전원이 탑승했다"고 밝혔다.
한국으로 이송될 아프간인 현지 조력자와 가족들이 2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공군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프간 내 한국인 협력자 추가 이송계획에 대해서도 전했다. 최 대변인은 "한국행을 희망한 인원은 이번에 국내 이송이 완료됐다"며 "만일 이후에 추가로 한국행을 희망하는 아프간인이 있으면 과거 고용관계나 신원 등을 감안해 지원 여부 및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아프간인들은 한국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에 탑승해 한국행에 올랐다. 전체 391명 중 378명이 탑승했다. 당초 우리 시간으로 어제 저녁 늦게 한국으로 출발할 계획이었지만, 파키스탄 공항에서의 보안 검색 등으로 시간이 지체됐다. 나머지 13명은 이번에 함께 출발하지 않고 이슬라마바드에서 휴식을 취한 뒤 다른 수송기로 입국할 예정이다.
이들은 인천공항에서 코로나19 검사 등 방역 조치를 거친 뒤 충북 진천의 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해 이곳에서 6~8주 정도 머무르게 된다. 인재개발원 정문 앞에는 '여러분의 아픔을 함께합니다. 머무는 동안 편하게 지내다 가시길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입소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번 아프간들의 입국과 관련해 전체 391명 중 적어도 180여명 이상은 10살 이하의 어린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만기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이날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번에 한국에 오는 아프간 현지인들은 70여 가족"이라며 "영유아가 100여명이고, 6세에서 10세 인원도 80여명"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카불 공항 입성 과정에서의 긴박했던 상황도 설명했다. 그는 "미군의 도움을 받아 탈레반의 검문소를 통과해 300여명이 안으로 들어온다고 했을 때 정말 기뻤고 지금도 가슴이 설렌다"며 "작전명을 '미라클'이라고 했는데 정말 이렇게 기적이 일어나는구나 기쁘게 생각했다"고 전했다.
아프간인들의 국내 이송은 한국 정부를 도와준 이들에 대한 도의적 책임과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역할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한 대응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측도 한국의 아프간인 국내 이송에 대해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 합참 행크 테일러 소장은 25일(현지시간) 국방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한국의 공수 지원과 관련해 우리의 피란민 대피에 기여해준 데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이번에 입국을 허용한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은 한국을 위해서 일했던 난민과는 다른 신분을 가지고 들어오는 분들이기 때문에 이런 분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어떤 예외를 인정하는 차원에서는 충분히 허용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아프간 현지인 조력자 및 가족들이 탑승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이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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