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대선 주자로선 처음으로 자신의 재산 내역을 '셀프 공개'했다. 최근 윤희숙 의원의 부친 부동산 불법 거래 의혹 관련 의원직 사퇴를 계기로, 대선 주자들도 부동산 검증을 받자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에 응답한 것이다.
원 전 지사는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후보 등록에 맞춰 당은 물론 모든 국민께서 저와 가족들의 재산을 완전하게 검증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공개한다"며 “재산 형성 과정 등 검증 과정에서 요구되는 모든 자료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건도 없이 제공하겠다"고 이같이 밝혔다.
공개한 자료에는 최근 10년간 본인 명의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은 것으로 기록됐다. 원 전 지사는 "스스로 수사를 의뢰하며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는 윤 의원의 자세에 그 어떤 공직자보다 엄격한 검증이 필요한 대선 후보로서 저 스스로 반드시 응답해야 한다고 결심했다"며 '대선 후보 부동산 검증'에도 "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 전 지사의 '최근 10년간 본인 및 직계 존비속 재산 변동 내역'에 따르면 그의 재산 총액은 현재 19억6211만원이다. 부동산은 15억9142만원(토지 4억9342만원·건물 10억9799만원)이며 예금 8억2458만원, 채무 4억5390만원이다. 자동차, 골동품, 회원권은 소유하지 않았다.
특히 10년간 본인 명의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고 배우자가 재산 관리를 일임했다. 배우자는 2002년 서울 목동 아파트를 3억7500만원에 구입, 2016년 8억3000만원에 매각했다. 현재 해당 아파트 시세는 15억원으로 추산된다.
그는 이어 여당을 향해 "윤 의원을 향한 과도한 흠집 내기와 자신들의 허물을 덮기 위한 무리한 공격을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번 일이 공직자 재산 현황, 재산 변동 내역, 재산 형성 과정이 더 이상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아니라 공직자 자격 검증을 위한 공적 자료임을 인식하고 제도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선 후보 부동산 검증'에도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을 만나 "어떤 기관에 의한 조사든, 수사든 제가 스스로 공개하는 마당에 모든 것에 대해 다 응할 수 있다"며 "오늘 제가 공개한 범위도 국민권익위원회는 7년간 재산 등록을 신고하도록 돼 있는데, 저는 10년으로 넓혔다"고 설명했다.
앞서 권익위 조사 결과 국민의힘 의원 12명에 대한 부동산 법령 위반 의혹이 나오자 당 내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대선 후보도 부동산 검증을 받자"고 제안한 바 있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부동산 뿐만 아니라 예금이나 주식까지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윤 의원이 부친 땅 투기 의혹에 대선 후보와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하자 여야 대선 예비 후보들도 부동산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선 국면에서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 의원들 모두 부동산 전수조사에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실행 가능성은 미지수다. 아직 대선 주자들이 검증 주체 등 구체적인 절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고, 당 지도부 차원의 논의도 이뤄지지 않아 대선 후보들의 자체 검증·공개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날 원 전 지사가 재산 내역을 셀프 공개하면서 대선 주자들이 재산 공개 내역을 잇따라 공개할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산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사진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