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국민이 가장 바라는 기업상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으로 조사됐다. 또 국내 기업이 국가경제에 기여한 측면은 높게 평가하고 있는 반면 납품업체 갑질 등 불공정 거래관행을 기업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3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우리가 바라는 기업'을 주제로 국민 1만명을 대상으로 한달간(7월12일~8월12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5.7%가 가장 바라는 기업상으로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을 꼽았다.
대한상의는 "조사에 응한 10대부터 60세 이상의 전 연령층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와 국민들은 기업본연의 역할은 일자리 창출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풀이했다.
다음으로는 '근로자 복지에 신경쓰는 기업'(25.9%)을 꼽았으며 '환경보호에 노력하는 기업'(18.0%), '사회공헌 사업을 많이 하는 기업'(16.0%), '세금을 많이 내는 기업'(4.0%) 순으로 응답했다.
조사에 참여한 대학생 A씨는 "요즘 4차산업이나 디지털 경제가 화두가 되고 있으나 이를 체감할만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는 것 같지 않다"며 "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청년들의 취업걱정을 덜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대한상의가 지난 3월 최태원 회장 취임 이후 새로운 기업가 정신과 기업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국민소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업에 관한 다양한 연령층의 목소리를 듣기위해 이례적으로 국민 1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기업이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조사에서 10명 중 8명이 대기업은 잘하고 있다(73.3%)고 평가했으며 중소기업은 10명중 7명이 '보통 이상'(73.9%)으로 평가해 팬데믹 시대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기업의 노력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요인으로는 응답자의 40.2%가 국가경제에 기여한 점을 꼽았으며, 다음으로는 우수제품으로 국위선양에 기여한 점(33.8%),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점(23.1%)을 들었다. 반면 '사회공헌'이라는 응답은 2.3%에 불과해 기업의 사회공헌이 의외로 기업 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 가장 큰 요인으로는 '일감몰아주기와 납품업체 갑질 등 잘못된 거래관행'(32.9%) 이라는 응답이 1순위로 나와 이에 대한 개선노력이 중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는 '편법 경영권 승계, 분식회계 등의 경영행태'(28.5%), 실적 중심, 야근, 산업재해 등 근로자 보호 미흡(23.4%), 과대광고, 피해보상 미흡 등 소비자 기만(8.8%), 유해물질 배출 등 환경대응 미흡(5.8%)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30대~60대 이상은 일감 몰아주기, 납품업체 갑질 등 잘못된 거래관행을 1순위로 꼽았으나, 사회초년생이 많은 1020세대는 실적중심, 야근, 산업재해, 직장내 괴롭힘 등 근로자 보호미흡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기업의 다양한 역할에 대해 국내기업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서는 신산업 발굴(3.44점)과 소비자 만족(3.27점), 주주이익 제고(3.01점)는 5점 척도에서 3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준 반면 성실한 납세(2.80점), 양질의 일자리 창출(2.87점), 근로자 복지(2.78점)는 부정 평가가 많았다.
최근 사회적으로 새롭게 요구되는 기업의 역할에 대해 우리 기업이 얼마나 잘 대응하고 있는지 묻는 평가에서는 4차산업 및 디지털경제 대응(3.50점)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다음으로는 사회공헌활동(2.94점), 환경친화경영(2.76점), 소통과 배려의 기업문화(2.67점) 순으로 높게 평가했으며, 대중소 상생경영(2.43점)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들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기업이 경제살리기에 적극 나서줄 것을 희망했다. 국민들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기업이 최우선으로 추진해야할 과제로 경제 회복에 최선을 다할 것(34.4%)을 꼽았으며, 이어 채용, 임금 등 근로자 권익보호 최우선(31.2%), 친환경·사회적 책임 등 ESG 경영(24.9%), 디지털 전환 투자 확대(9.4%) 순이었다.
특히 40~60대 이상은 '경제 회복'을 가장 많이 선택한 반면 MZ 세대(10~30대)는 '채용·임금 등 근로자 권익보호 최우선'을 꼽아 기업의 역할에 대한 달라진 청년층 세태를 반영했다.
장용석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코로나에도 일부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비대면 시대로 가면서 양질의 일자리는 점점 더 줄어드는 추세"라며 "국민의 바람처럼 기업들은 일자리를 만드는데 최우선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따뜻한 격려에서부터 따끔한 질책까지 국민 모두의 의견 하나하나에 귀 기울여 대한상의와 기업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 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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