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SK하이닉스(000660)의 파운드리(위탁생산) 투자 확대 진도가 더뎌지는 모양새다. 당초 공격적인 투자 확대를 예고했던 것과 달리 들려오는 인수합병(M&A) 소식이 없다. 유력한 M&A 후보로 국내 기업 키파운드리가 꼽히고 있지만 아직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가 마무리되지 못한 만큼 파운드리 M&A에 나서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D램 등 메모리 사업에 편중된 반도체 사업 구조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 생산능력 월 10만장 규모의 8인치 파운드리 사업을 하고 있지만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2% 수준에 그친다. 반도체 사업이 지나치게 메모리 분야에 쏠린 것이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M&A를 통해 비메모리 사업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5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현재 대비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 설비증설, M&A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유력한 인수 후보는 국내 8인치 파운드리 업체 키파운드리다. SK하이닉스가 지분 49.8%를 보유한 업체로 생산능력은 월 10만장으로 시스템IC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그간 SK그룹 대형 M&A를 진두지휘했던 박정호 부회장이 직접 파운드리 사업 확대 계획을 밝힌 만큼 업계는 SK하이닉스가 조만간 M&A 등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한다고 밝힌 지 4개월가량 지났음에도 여전히 여러 방안을 두고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업계에서는 여러 의견이 나온다. 무엇보다 SK하이닉스가 이미 대규모 M&A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파운드리 M&A를 공식화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조3000억원을 들여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에 나섰다. 현재 8개국에서 반독점 심사를 받고 있으며 하반기 내로 모든 심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반독점 심사가 끝나면 당장 연말에 1차로 약 8조원(70억달러)을 지급해야 한다.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인수대금 납부 부담을 안고 있어 당장 새로운 M&A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여기에 최근 경쟁당국이 자국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반독점 심사를 까다롭게 보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중국 사모펀드인 와이즈로드의 매그나칩반도체 인수와 관련해 미국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다.
또 영국은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가 자국 반도체 설계사 ARM을 인수한다는 것에 대해 독점 우려가 있다며 심층조사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런 가운데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를 인수할 경우 경쟁당국이 주의 깊게 들어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SK하이닉스가 8인치 파운드리 사업 규모를 키우겠다고 공언한 만큼 현재 진행 중인 딜이 마무리되면 파운드리 M&A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패권전쟁 심화로 자국 반도체 공급망 강화 차원에서 반독점 심사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파운드리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사업 강화 방향성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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