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후보자 선정을 두고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대립각을 세우며 SH사장 공석이 5개월째로 접어들었다. SH사장 후보자 선정이 세 번째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연내 선정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7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SH사장 후보자였던 한창섭 전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추진단장과 정유승 전 SH도시재생본부장이 모두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를 두고 서울시의회 내부에서는 SH사장 인선을 두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염두에 둔 후보가 연이어 탈락하자, 서울시의회에 반격을 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오 시장은 현 정부의 주택 정책을 전면 비판해왔던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에게 사장 응모를 제안한 바 있다. 이에 김 전 본부장은 두 번째 공모에 사장으로 지원했지만 SH공사 임원추천위원회의 후보 자격에도 오르지 못 하고 탈락한 바 있다. 김현아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도 오 시장이 후보자로 지명했지만 다주택 보유 논란으로 첫 번째 공모에서 후보자를 사퇴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위원은 "대다수의 의원들은 두 후보의 탈락에 서울시의 보복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시의회는 곧 입장 표명을 통해 서울시의 이러한 판단을 두고 보지 않겠다고 경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SH공사는 지난 4월7일 김세용 전 사장이 사퇴하면서 5개월 동안 수장 자리가 비어있다. 세 번째 공모가 차질없이 진행되더라도 연내 선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을뿐더러 공모가 시작돼도 후보자 지원, 서류 심사, 임추위 검증, 서울시의회 청문회 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
특히 재공모가 반복되면서 SH공사의 수장이 서민 주택 공급 능력이 아닌,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팽팽한 기싸움으로 번지면서 선뜻 지원에 나설 후보자도 마땅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 시장이 적극 추천한 후보는 시의회 의석 110석 중 101석을 장악한 민주당의 문턱을 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SH공사 임추위가 새 후보자를 추천하더라도 서울시가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부적격 판정을 내리면 공모는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SH공사 측은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양쪽의 힘 겨루기에 난감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재공모도 처음인데 재재공모가 진행돼 SH공사 역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며 "일정도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데다 예상 후보자가 감이 안 잡히고 있다"고 말했다.
7일 서울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SH사장 후보자 두 명이 서울시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사진은 지난 4월23일 경찰이 공사 직원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벌일 당시 개포동 소재 SH공사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