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신소재 개발해야 중국 공세 이겨낸다"
(인터뷰)이미혜 수은 선임연구원, 정부 지원 업은 중국 업체 공세 우려
"한국, 보조금 받는 중국 가격경쟁력 앞서기 어려워"
"신시장 창출 주력해야…정부 인력양성 지원도 중요" 조언
2021-09-08 16:14:32 2021-09-08 16:14:32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중국이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고 공세를 펼치면 한국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우위를 이어가기 힘들겁니다. 차별화된 기술 개발과 성능 개선을 기할 수 있는 소재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합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8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술개발 및 차세대 디스플레이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세계경제 동향과 지역경제, 국내 수출산업을 통합적으로 연구하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연구 중인 이 연구원은 인터뷰 내내 한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이 중국의 거친 공세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이 연구원과 국내외 기관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은 최근 LCD 가격 상승 수혜를 고스란히 받으면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 여력이 충분해졌다.
 
중국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미니발광다이오드(LED)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2024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양산을 위해 막대한 투자금도 쏟아붓고 있다. 여기에 협의체를 구성, 마이크로LED 국제 로드맵 작업도 한창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과의 가격경쟁에 밀려 LCD 시장을 내준 아픈 경험이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중국이 LCD 시장을 넘어 OLED, 미니LED, 마이크로LED까지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고 이 연구원도 이에 동의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사진/이미혜 선임연구원
 
디스플레이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나.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놓고 기업간 주도권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경쟁력 있는 패널 가격으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타사 제품과 차별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에 비해 OLED 기술력이 뒤처진 중국은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던 LCD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미니LED를 대안으로 꼽는다. 이 때문에 중국 TV 제조사는 OLED 공급망이 성숙되기 전까지 미니LED TV 출하량을 확대할 것이다. 
 
여기에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이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마이크로 LED에 투자하고 있다. 
 
OLED, 미니LED, 마이크로LED의 특징을 쉽게 설명한다면.
 
OLED는 LCD 대비 선명한 화질, 얇은 두께, 폴더블 등 다양한 형태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O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자체발광 소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광원이 필요한 LCD보다 구조가 단순해 두께가 얇고 다양한 형태 구현에 유리하다. 단점은 LCD에 비해 높은 가격, 빛과 열에 약한 유기물 소자를 사용해 번인(Burn-in, 잔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미니LED는 LCD에서 진화된 기술이다. 기존 LCD 패널의 광원으로 사용되는 LED칩보다 더 작은 칩을 대량으로 탑재해 얇고, 화질도 좋다. 기존의 LCD·LED 설비 사용이 가능해 OLED보다 낮은 가격으로 패널 생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OLED보다 낮은 명암비가 단점으로 꼽힌다.
 
마이크로LED는 높은 명암비와 에너지 효율, 빠른 응답 속도를 자랑한다. 초소형 LED를 발광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유기물이 소재인 OLED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다만 기술개발이 초기 단계라, LED를 패널로 옮기는 '전사'공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크게 발생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LCD 패널 가격은 언제쯤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하나.
 
LCD 패널 가격은 코로나19로 인한 TV와 PC 수요 증가, 패널·부품 공급부족 등으로 작년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간 상승세를 지속했다. 그 결과 올해 2분기 55인치 UHD(4K 해상도) TV 패널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03% 상승했다. 
 
그러나 LCD TV 패널 가격은 올해 8월부터 TV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 둔화, 부품 공급 부족·물류 이슈와 성수기(블랙프라이데이) 제품 생산·배송 지연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올 3분기 LCD TV 패널 가격은 전분기에 비해 하락세로 전환했다. 물론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50% 이상 높은 수준이긴 하다. 
 
그럼에도 LCD TV 패널 가격은 백신보급 확대, 야외활동 증가로 내년 상반기까지 가파르게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모니터 등 IT 패널 수요는 업무용 PC 교체 수요, 학습용 PC, 윈도우11 출시(4분기)로 내년 상반기까지 TV 패널 가격보다 소폭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시장을 전망한다면. 
 
TV 패널 출하량 중 OLED 비중은 올해 2.5%에서 2025년 4.4%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OLED TV 패널 출하량은 OLED-LCD TV 패널 가격차 축소, LCD 패널 부품 공급 부족의 이유로 작년보다 51%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2022년 이후 중국의 생산능력 증가, TV 수요 둔화로 LCD 가격의 하락 속도가 빨라진다고 해도 OLED TV 패널 가격은 2020~2025년까지 연평균 5.5% 하락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OLED와 LCD 패널 가격차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기업인 BOE가 미니LED 육성에 집중해 대형 OLED 양산 시점이 지연될 경우 OLED 시장 확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 4분기부터 대형 OLED를 양산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수율, 판매량 등이 양호하다면 추가 투자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미니LED은 주요 TV 제조사인 중국 TCL과 삼성전자가 미니LED TV를 출시하면서 시장 확대가 본격화됐다. TV 패널 출하량에서 미니LED 패널 비중은 올해 3.8%에서 2025년 19%까지 늘어날 것이다. 미니LED는 LCD에서 OLED로 전환되는 과도기 동안 고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기술개발 단계인 마이크로LED는 높은 가격대가 대중화의 장애요인이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110인치 마이크로LED TV는 1억원의 높은 가격으로 책정됐다. TV 패널 출하량 중 마이크로LED의 비중은 2024년 0.1%, 2025년 0.3%에 그칠 것이다. LCD 패널 비중은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으로 2021년 90%에서 2025년 70%로 하락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니LED는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LCD 구조조정으로 LCD 생산능력이 축소된 반면 중국은 지난해와 올해 LCD 패널 가격 상승으로 투자여력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형 OLED는 중국 기업들이 공정, 양산효율, 비용 평가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기술 완성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이 2024년 4분기 이후에나 대형 OLED를 양상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한국은 대형 OLED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크로LED 관련 특허 보유 기업 순위는 삼성전자, 애플, BOE 순이다. 애플은 등록특허 기준에서, 삼성전자는 특허출원 건수 기준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한다. 중국은 마이크로LED 협의체를 구성해 국제 로드맵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중국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우리나라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과 가격 경쟁을 하기 어렵다. 우리 디스플레이 기업은 차별화된 기술을 개발해서 기술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정개선을 통해 원가 경쟁력도 제고해야 한다. 디스플레이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생태계를 강화할 필요성도 있다. 
 
더불어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디스플레이 수요처가 다양화되는 상황에서 신수요·신시장 창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정부의 인력육성과 기술개발 지원 노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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