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론스타 측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를 제기한 지 9년이 넘도록 중재판정부가 절차를 종료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상설 전담조직을 마련한 정부는 판정 선고에 대비해 대응 방안을 준비 중이다.
14일 법무부에 따르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규칙 46조는 절차종료가 선언되면 120일(최대 180일) 이내에 판정이 선고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론스타 사건의 중재판정부는 사건이 개시된 지 9년이 지난 현재까지 절차종료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심리기일이 지난 2016년 마무리된 데다 새 의장중재인이 질의응답기일을 진행한 후 상당한 기간이 지났으므로 언제든지 판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기적으로 국제투자분쟁대응단과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현황을 점검하고, 후속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ISDS 사건 중 46억8000만달러(5조1480억원) 규모로 청구액이 가장 큰 론스타 사건은 지난 2012년 11월21일 중재 신청서 접수로 개시됐다.
이후 2015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 4회에 걸쳐 심리기일이 진행된 후 절차종료선언이 이뤄지지 않던 중 지난해 3월6일 의장중재인 조니 비더의 사임으로 절차가 정지됐고, 그해 6월23일 이안 비니가 새 의장중재인으로 선정되면서 절차가 재개됐다.
중재판정부는 새로 선임된 의장중재인이 구체적 쟁점들에 대한 양측 의견을 직접 청취하기 위해 지난해 10월14일과 15일 질의응답기일을 개최했고, 기일은 이틀 동안 1차·2차 세션으로 나눠 세션별로 약 6시간씩 총 12시간 정도 진행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자칭 론스타펀드 고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국민신문고 민원을 통해 정부에 약 8억7000만달러(약 9634억원)의 협상안을 송부했다.
하지만 정부는 협상안의 형식과 제안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를 론스타 사건 청구인의 공식적인 협상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정부 대리 로펌과 협의한 후 협상 제안에 응하지 않겠다고 회신했다.
이상갑 법무부 법무실장은 "정부는 국익에 부합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하겠다"며 "또 소송이 끝나면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국민 여러분께 관련 정보와 자료를 최대한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론스타 사건을 포함해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ISDS 사건에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ISDS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정부의 ISDS 전문성과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ISDS는 투자자가 투자대상국가의 조치로 손해를 입은 경우 국제중재 절차를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며, 지난 2012년 론스타 사건 이후 현재까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총 9건의 ISDS가 제기됐다. 이 중 3건이 종료됐고, 현재 론스타·엘리엇·메이슨·쉰들러·중국 투자자·부산 투자자 사건 등 6건이 진행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ISDS 사건마다 주무 부처와 대응 체계가 달라 일관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2018년 이후 제기된 ISDS 사건의 주무 부처를 법무부로 통일했고, 2019년 4월 '국제투자분쟁의 예방 및 대응에 관한 규정(대통령 훈령)'을 제정해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을 법무부에 설치했다.
하지만 더 효율적인 ISDS 대응, 전문성 축적과 체계적인 ISDS 예방 활동을 위해 별도의 상설 전담조직을 구성할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에 따라 지난해 8월4일 국무회의 의결로 법무부 법무실 산하에 ISDS 대응과 예방 활동을 전담하는 국제분쟁대응과를 신설했다.
국제분쟁대응과 신설에 따라 현행 ISDS 분쟁 대응 체계는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차관·차관보급으로 구성된 국제투자분쟁 관계부처회의 △관계부처 실·국장급으로 구성된 국제투자분쟁대응단(단장 법무부 법무실장) △소송 수행 실무를 담당하는 실무팀인 법무부 국제분쟁대응과 등으로 이뤄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론스타의 ISDS(국제투자분쟁)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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