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아 "파부침주(破釜沈舟)의 자세로 불가역적인 정치 개혁을 완성해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0선이자 30대 젊은 당 대표의 탄생은 기존 '여의도 문법' 자체를 뒤흔드는 파격이었고, 이는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에서 내리 참패를 당한 국민의힘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다만, 경험 부족과 이로 인한 리더십 논란 등은 앞으로 이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과감한 자세로 정치 개혁을 선도해 나가겠다"며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는 국민을 바라보면서 당의 노선을 정렬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는 18일 취임 100일을 맞지만 추석 연휴인 점을 고려해, 하루 전인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저는 이번 대통령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며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을 심판하는 공적인 사유는 차치하고 이기적인 관점에서도 대선 승리 외에는 제가 더 성장하기 위한 다른 정치적인 지향점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매일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그러면서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길은 상대에게도 매우 익숙한 길"이라며 "현 정권과 여당의 독주와 오만을 낙동강에서 막아내는 동시에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인천에 병력을 상륙시켜야 우리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 울산, 경남(PK)을 배수진으로 치고, 수도권에서 중원 확장을 노려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연장선상에서 그는 "진정한 보수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보수가 아니다"며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 반공 이데올로기와 산업화에 대한 전체주의적 향수로, 지지층을 결집하는 전략으로 선거에 임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 기존 보수와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민주당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개혁의 진도를 빼야 한다"며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는 불가역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11일 전당대회에서 나경원 등 당의 내로라하는 간판급 의원들을 제치고 당 대표에 오른 이 대표는 교섭단체 역사상 첫 0선, 30대 대표로 임기를 시작했다. 2030 청년층을 중심으로 '세대교체론'이 부상했고, '꼰대 정당'의 이미지를 탈피할 것이라는 기대도 한 몸에 받았다. 이 대표를 향한 기대감에 약 15만명이 국민의힘 신규 당원으로 입당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이준석 돌풍은 예사롭지 않았다. 약속했던 대변인 토론 배틀 등도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반면 '0선'의 경험 부족도 드러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협상 과정에서 원내 지도부와 상의 없이 전격 합의한 것을 놓고 불통 논란이 일었다. 무엇보다 당 대선주자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 준비 과정에서 유력 후보들과 지속적으로 신경전을 노출했던 점도 이 대표의 경험 미숙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선 국면에서 관리자 역할이 아닌 과시형 리더십을 통해 자기정치를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윤석열 후보 측은 이 대표와 유승민 후보의 특수관계를 들어 '이준석 패싱'을 시도하는가 하면, 원희룡 후보와의 설전 과정에서는 이 대표의 녹음 사실까지 드러나며 타격을 입었다.
그는 이에 대해 "8월 초중순부터 많은 지적을 받았다. 다소 발언을 자제한 것도 사실"이라며 "100일 동안, 때로는 좌충우돌하면서 때로는 욕을 먹으면서 때로는 행복감을 느끼면서 지내왔다. 남은 임기 동안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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