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보류에도 갈등 '불씨' 여전
일부 학부모들 "교육부, 일방 추진 강행" 주장
공사기간 동안 전학 부담·이동형 임시교실 안전 문제도
서울교육청, 안전진단 나섰지만 '졸속·뒷북' 논란
2021-09-26 06:00:00 2021-09-26 0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논란이 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일부 보류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는 상태다. 오히려 중앙정부 차원으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6일 사업 반대 학부모 모임인 '서울시학부모연합'과 보수 성향 시민단체 '교육바로세우기 운동본부'에 따르면, 양 단체는 오는 28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들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다음달 진행될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업 반대 학부모를 증인으로 세워달라고 촉구할 계획이다. 교육부에 사업 자체를 철회하라는 요구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29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열린 '교육회복 종합방안' 교육부-교육감 공동발표를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40년 이상 노후 학교를 디지털 교육 기반 공간으로 바꾸는 정책이다. 지난해 7월 한국형 뉴딜 10대 과제에 선정됐고,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지난 3월 교육부로부터 시행계획을 전달받았다.
 
이후 시교육청은 올해 학교 35곳을 개축하려다가 일부 학부모로부터 반발에 부딪혔다. 반대 이유는 제대로 된 소통 없는 일방적 추진, 공사 기간 동안의 전학 부담, 사업 기간에 임시로 수업을 들을 모듈러 교사(이동형 임시 교실) 안전에 대한 불신 등이었다.
 
교육청, 학부모 반발에 추진 보류
 
이에 지난 15일 시교육청은 사업 반대 학교에 대해서는 정책 추진을 보류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사업 철회 요청 학교가 안전 등급이 C등급일 경우에는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다.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과 E등급이 나온 경우 개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강행하게 된다. 또 공사 기간 휴교가 불가피할 경우, 통학거리 문제가 발생하면 통학버스를 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동안 사업을 불신해오던 학부모들은 시교육청의 출구전략도 의심하고 있다. 서울시학부모연합 관계자는 "기존에 실시하던 안전진단에서는 D등급과 E등급이 없었다"며 "정밀안전진단이 그렇게 필요하다면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했어야 맞다"고 말했다.
 
통학 비용 마련도 문제
 
이 관계자는 통학버스에 대해서도 염려했다. 이미 서울에서만 오는 2025년까지 3조원 넘게 예산이 들어가는 마당에 버스 마련 비용, 인건비 등을 추가로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앞으로 법·제도 변경으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의 사전 절차가 졸속 추진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교육시설 등의 안전 및 유지관리 등에 관한 법률(교육시설법)' 개정안을 지난 6월 발의한 바 있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설계 이전에 공간 구성과 발주 방식 등을 검토하는 '사전 기획' 절차를 한국교육시설안전원(안전원)에 의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안전원의 전신은 교육부 산하 비영리법인 교육시설재난공제회다. 교육시설재난공제회는 재난을 당한 학교 건물의 사후 보상을 중점으로 두다가 지난해 12월4일 교육시설법이 시행되면서 안전원이라는 법정기관으로 격상됐다. 더불어 재난을 예방하는 안전점검 등을 수행할 법적 근거도 생겼다.
 
안전원 '기획 점검'에 정부도 부정적
 
정부는 최근에 생긴 안전원이 사전 기획까지 맡는 것에 부정적이다. 지난달 국회 교육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부는 사전 기획을 안전원 업무에 추가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장냈고 국토교육부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으며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도 "전문성이 다소 미흡한 것"으로 판단내렸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한 일부 교육청은 자체 공공건축지원센터를 설치해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전 기획을 직접 챙기고 있다. 시교육청 담당자는 "기존 공공건축지원센터가 사업 물량을 다 소화 못할 경우 안전원을 비롯한 다른 곳에 용역을 줄지는 법 통과 이후를 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교육 당국에 불신이 팽배한 학부모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청의 문을 두드리고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서울시학부모연합 관계자는 "학교 건물 변화는 (교육 당국 단독이 아닌) 도시 계획과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도시 계획 권한이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공개적인 공식 만남을 서울시에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이번 사업에 무관심했던 교육감과 시의원 등 모든 사람에게 표 주지 않기로 학부모들이 서로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반대 학부모들이 항의 표시로 보낸 조화 너머로 지난 24일 서울시교육청 건물이 보인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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