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벤처시대, 우리가연다!)"위기 없었다면 지금의 '주성' 없었다"
(토마토TV-벤처協 공동기획)⑥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2010-08-17 12:37:40 2011-06-15 18:56:52
 
[뉴스토마토 문경미기자] "선수(직원)들이 '다시 한번 세워보자'고 뜻을 모은 게 가장 큰 힘이었다. 기업의 성공은 사람에게 달려 있다. 1등 기술보다 1등 인재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3년간 누적 영업적자가 1200억원에 달했던 한 기업은 8년 후, 연매출액 4000억원대를 바라보는 중견기업으로 성공했다.
 
극에 달한 불신의 벽 앞에서 직원을 설득한 것은 대표였다. 이후 직원들은 '대한민국 대표선수'로 대한민국 최고의 반도체 장비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됐다.
 
반도체 장비 1세대 기업인 주성엔지니어링(036930)의 본사는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분당과 10분 거리인 이곳에는 주성월드(world)가 펼쳐져 있다. 1997년 처음 옮겨와 적자의 늪에서도 연구개발에 매진한 제품들이 2010년 현재 빛을 발하는 시기, 늘어나는 제품 수만큼 공장 수도 늘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본사에서 만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는 어려움을 뚫고 나온 카리스마를 보이기보다 "잘생긴 부사장에게 회사 이야기를 들어주면 안되겠냐"는 겸손을 보였다.
 
작은 체구에 약간은 온화한 미소. '전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낼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왔냐'고 묻자 "비오는 날 회사 앞 공원묘지 앞에 우산을 들고 서 있으면 하느님이 번개를 딱, 때려서 아이디어를 준다"고 답한다.
 
외국 반도체 기업 출신으로 1995년 회사를 설립한 후 승승장구를 거듭해 1999년 벤처붐을 타고 화려하게 코스닥에 입성했던 주성엔지니어링은 한때 시가총액이 2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 빠른 성장 탓이었을까? 최대 고객이었던 삼성전자가 거래를 끊으면서 주성엔지니어링은 가혹한 시련의 시기를 맞았다.
 
 
 
"어렵다고만 생각하지 말자. 돌이켜 보면 회사를 만들 때가 더 힘들었다. 2년 전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확보한 자금도 여유가 있다.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 태극기를 보며 한국 기술의 대표 선수라는 점을 느껴라. 대표인 우리가 이깟 어려움을 못 이기겠나."
 
현재 주성엔지니어링 본사 첫 번째 건물에는 가로 13m, 세로 9m 짜리 초대형 태극기가 걸려 있다.
 
황 대표는 2001년 초대형 태극기를 걸며 직원들을 설득했고, 지난해 1700억원대의 매출을 보였던 회사는 올해 4000억원대의 매출을 무난히 달성할 정도로 다시 성장했다.
 
"위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주성도 없었을 것"이라는 황 대표. 그가 빼놓지 않고 강조하는 또 한가지는 '연구개발'이다.
 
"장비업체의 특성상 히트 신제품 하나로 1년 새 매출이 몇 배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기업 초기에 대박을 내면, 그저 생산 확장에 바빠 고객을 살피고 서비스하는 일에는 소홀하게 되지요. 그런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주성도 2001년 위기를 겪지 않았다면 '만들기 제일주의'에 빠져 쓰러졌을 겁니다. R&D는 미래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최고경영자라면 미래를 위한 적자는 자랑스러워해야 합니다."
 
황 대표는 "사람들의 혼이 들어간 명품 제품을 만들어내겠다"는 말을 자주한다. 이를 위해 직원들과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는 게 황 대표의 경영철학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똑같이 사는 게 아니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삶을 사는 것, 그것은 미래에 대한 예측, 희망, 공유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우리의 목표를 달성했을 때 그 이익을 어떻게 나눌 수 있느냐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성공 신화는 이제 시작이다.
 
아래는 황 대표와의 일문일답.
 
 
-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정책을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벤처기업협회장이자, 중견벤처 기업의 대표로서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대통령께서 중소기업을 거듭 말씀하시고 또 벤처창업의 중요성을 말씀하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되죠. 젊은 사람들의 창업에 대한 동기가 유발될 수 있는 메시지니까요.
 
그렇다고 벤처가 갑자기 많이 생겨나는 건 아니죠. 새로운 벤처가 태어나려면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고 벤처가 태어날 수 있는 사회적인 환경 조성이 필요한데, 그게 없이 창업과 벤처가 중요하니까 창업을 많이 하라는 건 옳지 않습니다.
 
아이폰의 예에서 보듯 앱스토어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아이폰을 활용한 1인 창업은 활성화 되는 것 같지만,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건 벤처 창업만으로는 이뤄지지 않습니다. 최근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녹색산업을 위한 벤처 창업은 서서히 일어날 것으로 봅니다.
 
- 산업 발전 측면에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제조업'이 더 중요하다는 말씀이신가요.
 
▲제조업은 공동운영 체제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텐데요. 예를 들어서 올해 우리 회사가 매출을 4천억원정도 한다면 우리나라 산업 전체로 1조원의 시장이 형성되는 셈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협력업체로부터 최소한  3천억원을 구입하고, 우리 협력업체가 또 그 아래 협력업체에서 2천억원을 사게 되죠. 그리고 다시 그 아래 협력업체에서 물건을 1천억원 정도 산다고 가정한다면 이게 바로 전체 시장이자, 산업이 되는 겁니다. 제조업은 인프라를 형성하고 이것이 국가 발전을 이루는 요소가 됩니다.
 
-'100-1=0' '1+1=5' 나 '창조적 명품을 만드는 사람들', '행복을 즐겨야 할 시간은 지금이고 행복을 즐겨야 할 장소는 여기다' 등 회사 곳곳에 메시지들이 있는데요. 모두 직접 만드는 문구들인지요?
 
▲저와 우리 선수들(직원들)이 반반씩 한 것 같은데요. 한 5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문화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잖아요. 교육은 반복해야 되고요. 그래야 의식이 바뀝니다.
 
회사의 철학과 우리 선수들의 철학이 같아져야 좋은 회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이 공유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 스킨십이죠. 의사소통이 많아야 하는데, 그게 힘들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머리와 가슴에 와 닿는 메시지를 곳곳에 붙여놓은 겁니다.
 
-최근 벤처기업협회장이 되신 후에 "CEO의 혼이 담겨야 한다"는 말씀을 강조하고 계신데요. 구체적으로 '혼'이란 뭔가요?
 
▲일을 진행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는 지치고 방향을 못 잡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일이 잘못되고 난 이후에 그게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때는 이미 늦죠. 그래서 중간에서 보고 방향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게 CEO의 역할입니다.
 
개개인을 알고 멘토를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게 정직이라고 생각하구요. 철학의 공유가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저의 지식을 가르쳐서 이 지식을 활용해서 좋은 제품 만들려면 어려워요. 철학이 같다면 나머지 지식이 다르다 하더라도 같은 방향으로 옵니다.
 
- 대표님께도 그런 사람이 있었나요?
 
▲저는 그런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안해도 되는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안타깝죠.
 
- 그래서인가요? 올해 벤처기업협회장이 되신 후에 창업가와 창업 성공가 즉 멘토와 멘티를 엮어내는 '벤처7일장터'를 시작하셨습니다.
 
▲제가 대한민국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봤습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회사를 키우는 것도 좋겠지만, 저는 우리나라에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벤처7일장터'가 그 문화를 만드는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뉴스토마토 문경미 기자 iris060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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