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성남시 대장동 공영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둘러싼 물고 물리는 고소·고발전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이 선제적으로 대규모 팀을 꾸려 수사를 본격화했지만, 고소·고발 난장판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9일 김태훈 4차장검사를 팀장으로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이날 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과 겅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실,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로 지목된 남욱 변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사세행' 추가 고발 예고
시민단체와 정치권발 고발전이 특히 치열하다. 사법정의 바로 세우기 시민운동(사세행)은 30일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에 박영수 전 특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태원 SK 회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화천대유 대표 이성문씨를 고발할 예정이다. 혐의는 각각 특가법상 뇌물수수, 직무유기, 뇌물공여, 배임수재, 배임이다.
사세행은 박영수 특검과 윤석열 전 총장이 국정농단 사건 수사 당시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미르재단에 수십억원을 제공한 사실을 포착하고도 신동빈 롯데 회장과 달리 불기소 처분한 점을 문제삼고 있다.
앞서 사세행은 28일 곽상도 의원과 아들 곽병채씨를 공수처에 특가법상 뇌물수수 및 배임수재 혐의로 고발했다. 전국철거민협의회 중앙회(전철협)도 29일 유동규 전 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상업실장, 고재환 성남의뜰 대표를 특가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지난 24일에는 공수처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같은 혐의로 고발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김한메 상임대표가 28일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곽상도 의원과 '화천대유' 1호사원 아들을 고발,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세행은 곽 의원 부자를 특가법상 뇌물수수, 형법상 배임수재 혐의로 고발했다. 사진/뉴시스
대선 주자 겨냥한 고발장 러시
정치권에서도 고소고발이 한창이다. 국민의힘은 28일 대검에 이 지사와 유 전 기획본부장, 화천대유 대주주 김씨와 천화동인 투자자 등 9명을 특가법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고 특검 도입도 주문했다.
이 지사 캠프는 대장동 의혹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19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윤창현 의원, 장기표 전 예비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 지사 측은 곽상도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대장동 의혹을 보도한 기자와 기사에 언급된 교수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고발했다.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한 권순일 전 대법관은 야권 인사로부터 특가법상 뇌물과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23일 고발됐다. 이 도지사는 증뢰(뇌물을 약속하거나 공여 의사 표시) 혐의로 고발됐다.
경찰도 시민단체의 고발 사건을 수사한다. 지난 27일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이 지사와 화천대유 대주주 김씨, 곽 의원 등을 뇌물공여 및 수수, 업무상 배임 및 횡령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성남의뜰 관계자, 천화동인 주자와 화천대유 전 고문 등도 같은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사건을 경기남부청에 배당했다.
검경이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지만, 공수처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공수처 관계자는 "관련 고발건은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이재명 캠프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공직선거법,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통주를 황제주 만들어" 시민들도 가세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시민들이 낸 소송은 알려진 것만 세 건이다. 성남 시민 9명은 지난 20일 대장동 개발 특수목적 법인(SPC) '성남의뜰'을 상대로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배당결의 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 25억원을 투자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3년간 배당금 1830억원을 받았는데, 3억5000만원을 투자한 화천대유 자산관리와 SK증권(증권사를 통한은 4040억원을 배당받은 점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보통주 주주보다 7배 넘는 금전을 출자한 우선주주에 보통주주의 절반도 배당하지 않은 결의가 비상식적이어서 원천 무효라고 주장한다.
소송을 대리하는 이호선 변호사는 "우선주를 발행 받는 입장에서는 항상 기본적으로 (예정 배당액 외 배당금에 대한) 참가의 여지를 남기는 참가적 우선주를 받는 것이 상식적"이라며 "그런데 여기는 비참가적 우선주를 받음으로서 보통주를 황제주로 만들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 27일 성남의뜰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재산보전조치 촉구 및 신주발행 요구' 내용증명도 보냈다. 이 변호사는 "지금 하는 것을 보면 (화천대유가) 퇴직자에게 50억원을 줬는데 그때 가서 토해낼 것 없으면 승소해도 소용이 없다"며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성남의뜰이 지금이라도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게 가압류라든지 보전 조치를 해야 한다. 그렇게 안 하면 업무상 배임"이라고 했다. 이어 "10월8일까지 답변을 받지 못할 경우 가중해서 엄히 문제 삼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대장동 원주민 38명이 지난해 12월에, 또 다른 주민 5명이 그해 8월 각각 성남의뜰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환수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원주민 9명이 지난해 3월 성남의뜰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29일 개발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와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29일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경기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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