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에스엘바이오닉스(214310)가 K콘텐츠 흥행에 힘입어 자회사
스튜디오산타클로스(204630) 지분을 장내에서 대거 팔아치워 고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엘바이오닉스가 자회사인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경영권을 온전히 확보하기 위해 과거 조달했던 고금리 자금의 이자 부담이 지분 처분의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근 스튜디오산타는 외주 제작한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네임'의 흥행으로 주가가 급등하자 대규모 차익실현에 나섰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에스엘바이오닉스의 스튜디오산타 지분율은 10% 미만으로 내려갔다.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주식 888만9667주(지분율 23.39%)를 장내 매도했다. 에스엘바이오닉스의 스튜디오산타 주식 매도가격은 3300~4600원대로 매각가격은 381억1600만원 수준으로 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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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엘바이오닉스가 스튜디오산타의 주식을 대거 매각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스튜디오산타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자금 조달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엔에스엔(031860)과 주식·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면서 스튜디오산타의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에스엘바이오닉스와 엔에스엔의 지분율은 각각 21.6%, 20.61%로 양사는 스튜디오산타의 공동경영 약정을 맺었었다. 그러나 이후 에스엘바이오닉스와 엔에스엔이 경쟁적으로 추가 지분을 매입하면서 양사의 지분율 차이는 0.6%포인트까지 낮아졌다.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이후 엔에스엔과 스튜디오산타의 지분 양도계약을 다시 체결하면서 엔에스엔이 보유하고 있던 스튜디오산타 지분 전량(625만주)을 193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엔에스엔이 보유하고 있던 스튜디오산타의 주식 매입과 유상증자 참여 등으로 스튜디오산타의 지분율을 33.56%까지 높였으나, 이 과정에서 고금리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에스엘바이오닉스는 당초 상상인저축은행으로부터 CB 발행 등을 통해 100억원가량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었다. 당시 대출금리는 5% 수준이었다. 그러나 스튜디오산타의 지분 매입 이후 상상인저축은행으로부터 금리 16%의 주식담보대출(80억원)이 추가로 발생했다. 통상 주식담보대출의 금리는 최대 17% 수준으로 에스엘바이오닉스가 받은 대출은 최고 금리에 근접한 수준이다. 기존 금리 5%의 대출을 포함해 에스엘바이오닉스가 매년 부담해야하는 이자만 약 18억원에 달한다. 이는 에스엘바이오닉스의 지난해 매출(134억원)의 18% 수준이다.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잦은 자금조달로 재무구조도 악화됐다.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지난 2018년부터(연결기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52억원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에스엘바이오닉스가 16% 고금리 대출을 받기 전인 올해 상반기에 발생한 이자비용만 12억원에 달한다.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이번 스튜디오산타의 주식 매각으로 고금리 주식담보대출을 대부분 청산했다. 에스엘바이오닉스가 상상인저축은행에 180억원의 대출을 받으며 제공한 담보 주식은 총 1034만4778주다. 이중 16% 고금리 대출의 담보 주식은 704만4778주였다.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이번 주식매도 과정에서 16% 대출의 담보로 제공했던 주식 692만4778주를 19~20일 장내매도했으며, 현재 남은 담보 주식은 12만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엘바이오닉스가 유상증자 참여와 엔에스엔으로부터 매입한 스튜디오산타의 주식 매입가격은 각각 2260원, 3080원이다. 그러나 최근 스튜디오산타가 제작한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네임’의 흥행으로 스튜디오 산타의 주가가 급격히 올랐다. 에스엘바이오닉스가 이달 장내매도한 스튜디오산타 주식 매각가격은 약 381억원으로 이번 매각을 통해 얻은 차익만 1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에스엘바이오닉스의 지난해 매출의 97.02%에 달한다.
그러나 이번 스튜디오산타 주식 매각으로 에스엘바이오닉스의 지분율이 10%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스튜디오산타가 적대적 M&A 및 경영권 분쟁 등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스튜디오산타의 유상증자 기업실사를 진행한 유진투자증권은 “에스엘바이오닉스의 스튜디오산타 지분율 21.83%로 계열회사에 행사중인 지배력이 높다고 볼 수 없다”며 “스튜디오산타와 그룹사의 지배구조는 적대적 M&A에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에스엘바이오닉스측은 최대주주의 지배구조 약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회사측은 “엔에스엔이 보유지분을 에스엘바이오닉스에 매각하면서 2대주주라고 할만한 주요주주가 딱히 없는 상황”이라며 “에스엘바이오닉스가 보유한 스튜디오산타의 CB를 포함할 경우 총 지분율은 15% 이상으로 경영권 위협은 없는 상황이다”고 일축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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