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한달 앞두고 기준금리 인상을 부추기는 시그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미국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현실화 가능성이 커진데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소비자물가 상승, 외환시장 불안 등 복합적인 경제 불안요소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한은에 따르면 내달 25일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현재 0.75%인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 8월 금통위는 33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리는 등 기준금리를 0.75%로 결정한 바 있다. 이후 10월에는 동결해왔다.
관련 업계에서는 서민경제의 시름을 들어 한차례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해왔다. 하지만 내달 금통위를 앞두고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한은의 수장인 이주열 총재는 최근 공식 석상을 통해 내달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필요성을 시사해왔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금통위 회의 직후 "경기의 회복 흐름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다음번 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 국정감사에서도 이 총재는 "저희가 보는 경기 흐름 예상에 따르면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발언으로 이를 뒷받침해왔다. 특히 "취약계층 부담에도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점도 피력한 만큼, 다음달 열리는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의 인상 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통위 의결문의 표현 변화도 예사롭지 않다. 이달 10일 금통위는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 밝혔는데, '점진적'이라는 문구를 빼고 '적절히'로 표현을 바꾼 것은 보다 금리 인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심상치 않은 물가 요인도 기준금리 인상론에 힘을 더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 4월부터 6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한데 이어 이달에는 2021년 2월(3%) 이후 9년8개월 만에 3%대 벽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도 2018년 최고점인 배럴당 80달러 중반 수준에 달하고, 원화 약세도 동시에 지속되고 있을 만큼, 실물경제 흐름이 좋지 못한 시국이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자산 매입 축소도 우려되는 요인이다. 이어 중국의 전력난, 반도체 품귀 등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기준금리 상방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인플레이션의 장기화 우려, 외환시장 불안 등 복합적 경제 문제에 대응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 내달 금리 인상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레버리지 비중이 높은 계층이라면 이에 대한 선제적 대비에 나서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시장금리와 기준금리의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고 있고, 물가 상승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며 "10월에도 기준금리가 인상될 수 있는 타이밍이었는데 한은이 한차례 쉬어갔다. 내달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4일 한은에 따르면 다음 달 25일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현재 0.75%인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사진은 지난 13일 서울 시내 한 은행의 영업부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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